자동차·반도체 뒷심에 작년 '상저하고' 수출…올해 청신호
자동차, 역대 최고실적으로 수출 견인…18년만에 아세안 앞지른 대미 수출
반도체, 1분기 바닥 찍고 11월부터 플러스 전환…대중 수출도 회복세
전문가 "올 상반기 완연한 회복세 다지는 기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기자 = 지난해 한국 수출 성적표는 '상저하고' 흐름으로 요약된다.
수출과 수입의 차를 의미하는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수출 자체만으로는 3분기까지도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하지만 4분기의 시작인 10월부터 수출도 13개월 만에 역성장에서 탈출하면서 정부가 예고했던 상저하고의 흐름에 올라탔다.
연간 무역수지는 상반기(1∼6월) 263억달러 적자, 하반기(7∼12월) 163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뚜렷한 상·하반기 대조를 보였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대중(對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상반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한 가운데 새로운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자동차와 대미(對美) 수출 실적이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으로 분석된다.
◇ 자동차가 이끌고 대미 수출이 버텨준 2023년 수출
지난해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수출이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흔들리는 반도체 대신 자동차가 버팀목이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708억7천만달러)을 기록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늘어났다.
앞선 연도별 자동차 수출액 순위는 지난해가 1위였고, 2022년(540억7천만달러), 2014년(484억달러) 등 순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차전지·양극재 수출이 선박, 차부품,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한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차전지·양극재 합산 수출액은 지난해 224억8천만달러로 집계돼 전년(212억5천만달러)보다 5.8% 증가했다.
이는 선박(219억7천만달러), 차부품(229억6천만달러), 디스플레이(185억9천만달러) 등의 수출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의 부진한 실적을 대미 수출이 채웠다.
미국은 역대 최대 수출 실적(1천157억달러)을 달성한 데다,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아세안을 제치고 '2위 수출시장'으로 올라섰다.
중국과 미국의 수출 비중 차이도 2003년 이후 최소 수준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대미·대중 수출 간 비중 격차 추이는 2020년 11.4%포인트, 2021년 10.4%포인트, 2022년 6.7%포인트로 점차 줄어들다가 지난해 1.4%포인트로 최소치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대미 수출은 사상 최초로 1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월 기준 한국 최대 수출국도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통상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지난해 대미 전기차 수출도 59억1천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 1분기 바닥찍고 뒷심 발휘 반도체…대중 수출 5개월 연속 100억달러 상회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는 지난해 1분기 바닥을 찍은 뒤 서서히 개선 흐름을 보이다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연속 '플러스 전환'을 꾀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감률은 2022년 4분기 -25.8%, 지난해 1분기 -40.1%, 2분기 -34.8%, 3분기 -22.6%였다가, 10월 -3.1%로 집계된 이후 11월부터 12.9% 증가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출액 110억3천만달러를 기록해 2022년 9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12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1.8%였다.
반도체 수출의 플러스 전환은 4분기 들어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 가격이 회복하는 등 수요 회복세에 따른 것이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에 PC, 모바일, 서버 등의 IT 업황 회복이 둔화하면서 연간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23.7% 감소했다.
정부는 "메모리반도체 고정가격 또한 3분기 저점을 기록한 이후 감산 효과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대중 수출 실적은 경기 둔화에 따른 중국의 수입 감소로 19.9%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특히 IT 업황 부진의 여파로 대중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가 대폭 하락한 것이 대중 수출과 비중 축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대중 반도체 월평균 수출액은 2022년 상반기 46억달러, 2022년 하반기 40억달러에서 지난해 1분기 27억달러, 2분기 29억달러, 3분기 31억달러 등으로 줄었다.
다만 전체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대중 수출 증가율도 1분기 -29.7%, 2분기 -22.2%, 3분기 -20.8%에서 4분기 -4.4%로 마이너스 폭이 줄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12월 반도체 수출이 2022년 9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반도체 수출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라며 "반도체 수출이 '업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자동차가 버팀목이었지만, 올해는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수출을 견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완연한 회복세를 다지는 기간"이라고 전망했다.
조 원장은 "반도체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고,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자동차 수출도 꾸준한 우상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중국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미국의 대중 무역 압력 때문에 한국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받아온 점은 사실이어서 이 부분은 계속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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