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으름장 현실화하나…러, 핵실험금지조약 비준 철회 논의
러시아 하원의장 "다음 회의에서 반드시 논의할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실제 비준 철회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국가두마는 다음 회의에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취소 문제를 반드시 논의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연방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에 대한 거울 대응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아직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TBT는 1996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승인된 조약으로, 대기권·우주·수중·지하 등 모든 영역에서의 모든 핵실험을 금지한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하고 비준은 하지 않았다.
이집트, 이스라엘, 이란, 중국도 비준하지 않았고, 인도, 북한, 파키스탄은 서명하지 않아 이 조약은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회의에서 "우리가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CTBT 비준 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비준 취소는 하원이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딘 의장은 "세계의 상황이 바뀌었다"며 "워싱턴과 브뤼셀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오늘날 도전에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볼로딘 의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서방 탓으로 돌린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의 발언을 이어 볼로딘 의장도 CTBT 비준 철회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러시아가 조약 비준을 철회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소련 시절부터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945년부터 CTBT가 체결된 1996년까지 세계에서는 2천건 이상의 핵실험이 시행됐는데, 1천32건은 미국이, 715건은 소련이 했다. 소련은 1990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았고,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에 있었다.
CTBT 이후 진행된 핵실험은 10건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1998년에 2건 시행했고, 북한이 2006·2009·2013·2016(2건)·2017년 총 6차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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