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채식 전환하면 가축 70억 마리 도축 막을 수 있어"
호주 연구팀 "온실가스·물 사용 감소 등 막대한 환경 이점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간이 소비하는 축산 육류의 약 10분의 1은 전 세계 개와 고양이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어 이를 식물성으로 바꾸면 연간 가축 70억 마리가 도축을 피할 수 있고 막대한 환경적 이익도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그리피스대 앤드루 나이트 교수는 5일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미국과 전 세계 고양이와 개의 먹이를 영양가 높은 식물성으로 바꾸는 시나리오의 영향을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나이트 교수는 축산업은 토지 및 물 사용, 오염물질 배출 등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동안 연구들은 인간 식단과 관련된 영향에 초점을 맞춰왔고 반려동물의 먹이를 고려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최근 식물성 사료가 육류, 달걀, 유제품 등이 포함된 동물성 사료와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식물성 사료의 환경적 이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의 2020년 반려동물 데이터와 2018년 세계 반려동물 데이터를 사용해 모든 고양이와 개의 먹이를 식물성 사료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잠재적 이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가 소비하는 축산 육류의 양은 인간이 소비하는 양의 5분의 1, 전 세계적으로는 10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미국의 모든 개와 고양이 사료를 식물성으로 전환하면 연간 약 20억 마리의 가축이, 전 세계 개와 고양이 먹이를 식물성으로 바꾸면 70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채식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효과가 훨씬 커서 모든 미국인이 채식으로 전환하면 연간 78억마리, 전 세계인이 채식으로 바꾸면 713억 마리의 가축이 도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개와 고양이의 식물성 사료 전환은 토지 및 물 사용, 온실가스 배출, 살생물제(biocide) 사용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 모든 개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개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토지 면적이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보다 더 많이 감소하고, 고양이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독일보다 넓은 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인간이 채식으로 전환할 때 줄어드는 축산용 토지 면적은 러시아와 인도를 합친 것보다 넓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모든 개의 사료가 식물성으로 바뀌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영국 전체 배출량보다 많이 감소하고, 고양이가 채식으로 전환하면 이스라엘 배출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나이트 교수는 이 연구에는 반려동물 개체수와 동물의 에너지 요구량 데이터가 실제보다 낮게 반영됐을 수 있다며 식물성 사료 전환의 실제 환경적 이점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국가별 반려동물 식재료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 데이터를 세계에 적용하고 환경영향 추정에 2009~2011년 데이터를 사용하는 등 한계가 있다며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최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연구는 식물성 식단을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 적용할 경우의 환경적 이점을 보여준다"며 "다만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기준을 갖춘 회사가 생산하고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물성 사료를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 PLOS ONE, Andrew Knight, 'The relative benefits for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of vegan diets for dogs, cats and people',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9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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