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13개월만에 반등…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하나
반도체, 8월 생산 8.3%↑…9월 수출은 10개월만에 최고 실적
정부, '경기 반등 조짐' 판단…"고유가·고금리 하방 요인 여전"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박원희 기자 = 한국 경제의 주동력인 반도체 생산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경기 반등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으나, 고금리·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등 하방 요인도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반도체 생산 지수는 142.9(원지수·2020년=100)로 1년 전보다 8.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증가한 것은 작년 7월(14.9%) 이후 13개월 만이다.
반도체 생산은 고물가·고금리 등에 따른 전 세계 경기 둔화로 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 지난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 41.7% 감소하며 2008년 12월(-47.2%) 이후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생산의 반등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로 13.4%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광공업생산(5.5%)과 전산업생산(2.2%) 모두 큰 폭으로 반등했다.
반도체 수출의 경우 작년 8월부터 1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져오고 있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작년 10월부터 감소세다.
다만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9억달러로 작년 10월(92억달러)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4% 줄어 작년 10월(-5.8%)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광공업 생산의 증가와 최근 수출 흐름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회복세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기 반등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당초 전망한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만을 놓고 경기 회복을 논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생산의) 감소 폭이 컸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기술적으로 오르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며 "기대하는 큰 폭의 반등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일어나는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수요가 있는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회복이 더딘 점이 향후 반도체와 수출 회복의 불확실성을 짙게 한다는 지적이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고유가 등의 물가 상방 압력이 남아 있다는 점도 하방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시사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는 양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리 인상 요인, 물가 상승 압력, 가계대출 확대에 따른 불안정 등이 남아 있어서 여전히 어려운 국면"이라며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 좋아질 수 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아 경기 회복을 논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유가 상승, 전 세계 고금리의 장기화 가능성, 가계부채 부진, 건설 수주 부진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불확실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리스크 관리와 수출 활성화, 내수활력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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