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 내 분쟁지역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중 10만명 떠나(종합)
아르메니아, EU에 임시 대피소와 의료품 지원 요청
아제르, 국경근무 군인 1명 총격 피살 주장…아르메니아는 부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최근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을 겪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계 주민 10만명 이상이 터전을 버리고 아르메니아로 빠져나갔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정부는 30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아제르바이잔 내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살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10만417명이 자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약 12만명으로 추정되는 지역 주민 가운데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주한 셈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출했고, 이 중에는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이 많아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규모 피난민 유입 사태에 직면한 아르메니아 정부는 유럽연합(EU)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이날 성명에서 "아르메니아 정부가 EU에 임시 대피소와 의료품을 요청했다"며 "이탈리아는 이 지역의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주민은 아르메니아계가 대부분이어서 옛 소련 시절엔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1991년 자칭 '아르차흐 공화국'을 세우고 군대를 운영하며 아제르바이잔과 여러 차례 무력 분쟁을 빚었다. 그래서 '캅카스의 화약고'로도 불린다.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공습하자, 30년 넘게 무력으로 맞서며 지역을 지켜온 자치 세력은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에 통제권을 뺏겼다.
자치 세력은 휴전에 합의한 뒤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주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대탈출은 이어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는 이날 국경지대에서 근무 중이던 자국 군인 중 한 명이 아르메니아군 저격수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하며 "보복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르메니아 정부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신속하게 부인했다.
AFP는 두 적국 사이에 국경을 사이에 두고 총격이 오가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의 무력 충돌 이후에는 양측이 확전을 피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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