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총리' 거부한 스페인 의회…인준안 최종 무산
2차 투표서 국민당 대표 인준안 찬성 172·반대 177·무효 1표
국왕, 조만간 산체스 총리 대행에 정부 구성 요청할 듯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스페인 원내 1당인 우파 정당 대표의 총리 인준안이 2차 투표에서도 부결됐다.
이에 따라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이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페인 하원이 29일(현지시간) 우파 국민당(PP) 대표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의 총리 인준안을 다시 표결에 부친 결과 전체 350표 중 찬성 172표, 반대 177표 무효 1표가 나왔다.
지난 27일 치러진 1차 투표 결과와 사실상 같다.
1차 투표에서도 페이호 대표의 총리 인준안에 찬성한 이는 172명에 불과해 가결 기준인 과반(176표)에 미치지 못했다.
2차 투표의 가결 요건은 과반 여부에 상관없이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으면 되지만 페이호 대표는 추가 표 획득에 실패했다.
페이호 대표의 국민당은 지난 7월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137석을 확보해 제1당에 오르며 정부를 구성할 기회를 얻었다. 스페인 총리는 제1당 대표가 맡는 게 관례다.
그러나 국민당이 총선에서 33석을 확보한 극우 정당 복스(VOX)와 손을 잡으면서 사실상 다른 정당의 표를 얻기란 불가능했다.
페이호 대표 역시 자신의 실패를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이날 투표에 앞선 연설에서 "예상대로 저는 오늘 총리직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실패라고 불러도 좋습니다"라며 "다만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정부를 줄 수는 없지만, 확신과 희망을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페이호 대표가 놓친 기회는 원내 2당인 사회노동당(PSOE)의 산체스 총리 대행이 얻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치권에선 내주 펠리페 6세 국왕이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산체스 총리 대행 역시 176표를 얻어야 하는 관문이 남아있다.
총선에서 121석을 얻은 사회당은 좌파 연합 수마르(Sumar)와 지역 기반 군소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해 현재 171표를 굳혔다.
과반 획득을 위해 남은 표를 확보할 수 있는지는 7석을 가진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unts)'의 지지 여부에 달렸다. 이들은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카탈루냐 분리 독립 투표와 카탈루냐 정치인들의 사면을 대가로 요구하고 있어 이 '협상 결과'에 총리 인준안 가결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산체스 총리 대행마저 두 달 안에 인준안 통과를 못 하면 스페인 정치권은 내년 1월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