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도 '비자면제' 적용…90일까지 무비자 美체류 가능(종합)
바이든·네타냐후 뉴욕회담 일주일만…사전에 전자여행허가 받아야
(워싱턴·카이로=연합뉴스) 김경희 김상훈 특파원 = 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적용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논의 끝에 이스라엘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30일부터 이스라엘 국적자는 미국에 9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지 딱 일주일 만에 내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네타냐후 총리의 일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내 백악관 방문을 희망한다고 밝히며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비자 면제 대상국 지정 역시 관계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간 비자 면제 프로그램 참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의 이스라엘 입국 금지 등 차별적 조항이 문제가 돼 비자 면제에서 제외돼 왔다.
팔레스타인 주민은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 이용을 할 수 없으며, 외국 여행을 위해선 요르단과 서안의 경계에 있는 검문소를 육로로 넘은 뒤 요르단 암만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스라엘은 테러 위협을 차단한다는 명분을 들어 이런 차별을 정당화해왔다.
미국은 비자 면제의 주요 조건에 상호주의를 포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미국과 체결한 양해각서를 통해 이슬람교도와 아랍계 출신을 포함한 모든 미국 여행객을 동등하게 대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입국을 거부할 권리를 유지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성과로 팔레스타인 영토 내 거주자를 포함한 미국인의 이동의 자유가 증진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되며 대테러를 포함한 양국의 국가 안보 분야에서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며 "팔레스타인계 역시 다른 미국인들과 동일하게 무비자 입국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늘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에게 기쁘고 중요한 날을 맞았다. 이제 이스라엘인들은 많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어려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양해 각서 체결 이후에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을 차별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특혜를 줬다는 게 팔레스타인측의 주장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로 하여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동등한 기회와 자유, 번영, 안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정책적 목표라고 미 행정부가 말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념과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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