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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르노-카라바흐 아르메니아계 '대탈출'…분쟁지주민 40% 피란
"탈출 외엔 방법 못찾는 현실 우려…분쟁지역 인권 모니터링 허용해야" 목소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아제르바이잔 내 영토분쟁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버리고 본국으로 피란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규모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피란을 떠난 사람들이 전체 아르메니아계 주민 40%에 육박하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나젤리 바그다사리안 아르메니아 총리실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까지 4만7천115명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떠난 아르메니아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간주하는 분쟁 지역이다.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자치세력을 형성하고 군대를 운영하면서 아제르바이잔과 무력 충돌을 자주 벌였다.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수는 12만명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39.3%가 집을 버리고 본국인 아르메니아로 피란한 것이다.
피란 규모는 '대탈출'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증세를 보여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 아르메니아로 입국한 피란민 수는 지난 25일 오전 1시 기준으로 1천850명이었다가 이튿날 오후 2만8천120명으로 뛰었다.
이날 오전 피란민 수가 4만7천115명에 이르면서 밤사이 2만명 넘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본국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 셈이다.
이들이 대거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버리고 떠난 것은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이후부터다.
이번 무력 충돌은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로 귀결된 양상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자치세력의 군대를 무장해제하되 현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자치세력 대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지역 재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아제르바이잔의 계획이 사실상 아르메니아계 출신자들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 차별 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삶의 근거지를 버리고 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1915~1917년 아제르바이잔과 민족적으로 같은 뿌리인 튀르크계의 오스만제국에 의해 150만명이 목숨을 잃는 대학살을 겪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19일 자치세력의 군사시설 등을 포격했다.
당시 아르메니아계 자치세력 측에서는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 사망자 등도 나왔다. 자치세력은 민간인 10명을 포함해 200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 측도 무력 충돌에 따른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이날 수치를 공개했다. 아제르바이잔 보건부는 성명을 통해 "무력 충돌 당시 아제르바이잔 군인 192명이 숨지고 511명이 부상했다. 아제르바이잔 민간인 1명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무력 충돌 이튿날 휴전에 합의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평화를 조성할 방안을 협상 중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대탈출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휴전 당시 안전 보장을 약속한 아제르바이잔 정부의 제안과 달리 분쟁 지역 내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앞으로 닥쳐올 열악한 인권 현실과 처우를 우려해 앞다퉈 터전을 버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가 분쟁 지역 내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할 감시 인력을 두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전을 걱정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아르메니아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평화롭게 집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독립적인 참관인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두고 현지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데 아제르바이잔이 동의한다면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진지하게 약속했다는 사실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국제 인권 감시 인력이 활동하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지역 내 인도주의적 활동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보호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도록 해 달라고 알리예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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