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공중전화' 24시간 지킨다
KT 화성 송신소, 연근해부터 원양까지 선박 무선통신 제공
(화성=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저희가 하는 일은 뱃사람과 마찬가지죠."
김기평 KT[030200] 강북·강원 광역본부 서울 무선센터장은 지난 20일 경기 화성시 KT 화성 송신소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선박 무선통신을 이같이 소개했다.
통신업계에서는 선박 무선통신을 흔히 '바다 위 공중전화'로 비유하곤 한다.
단파와 중파, 초단파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연근해는 물론, 원양에 나가 있는 선박에도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위성 전화나 4세대 이동통신(4G), 5세대 이동통신(5G)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지만, 선박 무선통신은 비상·긴급 상황에서 재난통신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1939년 문을 연 KT 서울 무선센터는 선박 무선통신의 '허브' 역할을 한다.
KT는 서울 도봉구에 있는 '교환소' 도봉집중센터를 필두로 '장거리 슈터' 화성 송신소와, 충남 천안시 천안수신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화성 송신소에서는 생선 가시 모양의 대수 주기형 지향성 안테나 33기와 중단파용 DB안테나 6기, 철탑 69기를 운용하고 있다.
시설 안내를 맡은 최충식 KT 서울 무선센터 차장은 "1998년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있던 부평송신소랄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안테나 및 철탑, 송신기를 새로 구축했다"면서 "원거리 무선통신에 쓰이는 대수 주기형 안테나의 경우 오대양의 방향을 고려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성 송신소는 전국 각지에 있는 송신소, 수신 수 등 해안국 37곳도 원격으로 관제하고 있다.
선박 무선통신 특성상 수동으로 전화 교환을 하기 때문에 KT는 서울 무선센터에 소속된 소통 및 기술 요원들을 '특수 직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많게는 30년 넘게 순환발령 없이 무선국에서만 근무하며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화성 송신소에는 4명이 교대 근무 형식으로 상주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약 20명이 서울 무선센터에서 선박들의 무선통신을 책임지고 있다.
김 센터장도 1997년 3월 KT에 입사한 이래 만 26년 넘게 선박 무선통신 한 우물만 판 '네트워크 장인'이다.
화성 수신소에서만 15년을 근무했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업무는 아니지만 긴급상황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해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 "뱃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노선'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올해 2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스 부호 통신 '선박 무선전보'에 특히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대학 시절 컨테이너선 실습을 갔을 때도 '서울 무선', '부산 무선'을 자주 불렀다"면서 "이를 통해 선원 가족의 순산과 부고를 전하기도 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한국의 경기 내용을 모스 부호로 경기 내용을 생중계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서울 무선센터 직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도 뱃사람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80년 넘게 바다 곁을 지키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에도 센터를 비울 수가 없어 교대로 사무실을 지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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