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 "나는 대통령의 변호사도, 의회의 검사도 아니다"
대통령 아들·前대통령 수사·기소로 칼날 위에 선 갈런드, 의회서 '항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변호사가 아닙니다. 덧붙이자면 나는 의회의 검사도 아닙니다."
메릭 갈런드(71) 미국 법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이 발언이 미국 사회에서 화제다.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기소된 조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 사건 수사를 지연시켰다는 야당(공화당) 의원의 공격에 대한 반박이었다.
갈런드 장관은 내년 대선에 도전을 선언한 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시 내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을 동시에 감독하고 있는 법무부 수장으로서 '칼날' 위에 서 있는 입장이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법무부의 모든 결정에 정파적 시비가 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이날 법무부와 장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셈이다.
갈런드 장관은 "우리는 누구에게나 같은 법을 적용한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의회로부터 누구를, 어떤 사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는다"면서 법무부의 임무는 민주적 제도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우리는 우리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극도로 분열된 미국의 정치 지형 속에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은 공직자들에 대한 위협이 사회문제가 되는 데 대해 "공무원과 그 가족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커진 시기에 자신의 일을 할 뿐인 개별 공무원을 지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갈런드 장관의 의회 발언에 대해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립서비스일 뿐"이라는 등 시니컬한 반응도 많았지만 "이것이 법무장관은 중립적 인물이어야하는 이유"라는 등 칭찬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자 사설에서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존경받는 판사 출신(갈런드 장관을 지칭)을 뽑지 않고 정파적인 충신을 뽑았으면 나라가 얼마나 더 긴장됐을지 상상해보라"고 썼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초대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갈런드 장관은 워싱턴 D.C. 연방 항소법원장을 역임하는 등 법조 경력 대부분을 판사로 지냈다.
그는 법무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의 공정성과 정파에 무관한 법 적용을 강조했지만 작년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및 불법보관 혐의 수사에 착수한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법무부를 정치 무기화했다'는 공세의 표적이 됐다.
동시에 바이든의 '우군'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지난달 헌터 바이든에 대한 특검 수사를 결정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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