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 58% "사법부무력화 입법으로 경제·사회·정치 위기"
사법정비 입법후 공공장소 남녀분리 시도 노골화 보도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초강경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이후 이스라엘 국민 절반 이상이 국가적 위기를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남녀 765명을 인터넷과 전화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으로 이스라엘이 경제, 사회, 정치 붕괴의 위기를 맞았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정치, 종교적 성향별 응답 비율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스라엘이 비상사태를 맞았다고 답한 비율은 우파 연정 지지층에서는 30%에 불과했던 반면, 야권 지지층에서는 87%에 달했다.
유대인 집단에서는 55%, 아랍계 집단에서는 73%로 나타났다.
우파 응답자 그룹에서는 37%, 중도성향 응답자 그룹에서는 71%, 좌파 응답자 그룹에서는 94%가 이스라엘의 위기를 우려했다.
앞서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4일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기본법 개정안을 크네세트(의회)에서 가결 처리했다.
법 개정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사법부가 정부의 독주를 최종적으로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다.
이후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입법을 무효로 하기 위한 위헌 심사 심리도 다음 달 대법원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연정은 일반 공무원인 판사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인 의원들과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상황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사법 정비' 입법을 추진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법 정비 입법 이후 사회적 분열과 차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텔아비브에서 열차를 타려던 40대 여성이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에 의해 저지를 당하는 등 현행법상 불법인 공공장소에서 남녀 분리 시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면서, 여성 인권이 급속도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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