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침체 여부, 아일랜드에 본사 둔 미국기업 지표에 달려"
WSJ "유로존 내 경제 비중↑…낮은 법인세 때문에 외국 제약회사 등 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유럽연합(EU) 통계청은 지난달 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0.4%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의 경제가 다소 성장했다고 전망한 종전 수치를 수정한 것이다.
수정의 주된 이유는 아일랜드의 3월 의약품 생산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EU 통계청은 5주 뒤 경기 침체 신호를 제거하면서 추정치를 다시 상향 변경했는데, 이번에도 원인은 아일랜드였다.
아일랜드의 의약품 생산 전망이 개선되면서 유로존 전체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줄어든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인구 약 500만명의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의 산업이 유로존 전체 경제 동향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경제의 부진한 성장 속에서도 아일랜드의 경제만큼은 2014년 이후 눈부시게 도약했다.
2014년만 하더라도 아일랜드는 유로존 경제 생산의 2%를 차지하는 데 그쳤으나 지금은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내 비중이 4%로 확대됐다. 이 기간 유로존 경제 성장의 약 20%는 아일랜드가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가 이처럼 지난 몇 년간 고속 성장한 것은 자국 내에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를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에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디지털 회사와 거대 제약회사도 포함된다.
2015년 1분기의 경우 미국 기업이 특허,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 관련 부문을 이전하면서 아일랜드의 GDP가 20%가량 껑충 뛰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대개 중국 등 여러 나라의 공장과 계약을 맺고 의약품 생산을 위탁하지만, 최종 생산량 수치는 특허가 접수된 나라에 등록되는데 아일랜드 경제가 이런 방식으로 수혜를 입은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려는 것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12.5%다.
다만, 아일랜드 경제가 자체 생산과 고용보다는 널뛰는 역외 상황에 크게 의존하기에 전문가들이 아일랜드가 포함된 유로존 경제를 전망하는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경제사회연구소(ESRI)의 경제학자 코너 오툴은 "서류상으로 아일랜드 GDP 성장의 갑작스러운 중단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 회피 능력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컨설팅업체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경제전문가 올리버 라카우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EU 통계청은 GDP 공식 집계에서 아일랜드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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