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턱밑' 쿠바에 러시아 군함…냉전시절 공생관계 복원중
러, 우크라 침공 이후 '경제난' 쿠바에 원유 보내며 공들여
中 도청기지 파문 이어…쿠바, 美 전략적 경쟁국과 더 밀착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 동남부 해안에 인접해있는 공산국가 쿠바에 러시아 해군의 함정이 정박 중이라고 1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이 쿠바 국영 프렌사 라티나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해군 훈련함 페레코프는 지난 11일 쿠바 측이 준비한 환영 대포의 폭음 속에 아바나항으로 입항했다.
페레코프함은 4일간 쿠바에 정박하는 동안 광범위한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며, 쿠바 일반 대중에게는 해당 선박에 탑승해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프레사 라티나는 전했다.
CNN은 지난 수년간 러시아 군함의 쿠바 공식 방문이 없었다면서 "이번 입항은 소련이 붕괴의 여파로 쿠바 경제가 거의 파탄 날 뻔했던 이후 양국이 냉전시절의 동맹 관계를 복원시키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라고 짚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해 왔지만, 쿠바는 오히려 갈수록 러시아를 옹호하는 모습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5월 러시아 국영 RT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국경을 향해 확장해가는 것을 비난하고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비난하는가 하면 쿠바에서 러시아와 협력·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고위급 대표단을 교환한 양국은 이달 초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무역 포럼에서 관광업, 농업과 에너지에 이르는 분야를 포괄하는 협정도 체결했다.
이 합의는 경제난을 겪는 쿠바에 필요한 원유를 러시아가 하루 3만배럴씩 공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아바나 인근 해변 관광 시설을 개발하고 러시아 상품으로 유통 업장을 여는 등 관광업·농업·에너지 등 분야를 망라하는 내용이다.
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산하 에너지연구소의 호르헤 R. 피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석유를 대량 제공했으며,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들어서만 167만달러(약 2천122억원) 상당의 원유가 러시아에서 쿠바로 건너갔다고 추정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쿠바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했으나,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정책의 상당 부분을 뒤집으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한 바 있다.
또한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쿠바 스터디 그룹(CSG)의 릭 에레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인도주의적 우려로 제재를 소폭 완화하고 여행을 재개하는가 하면 영사관 인원 재배치 등 조치가 있었지만, 이를 제외하면 백악관은 사실상 쿠바에 무관심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쿠바는 최근 들어 중국과도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기지'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현지에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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