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8년 만에 한일 통화스와프, 실질적 안전판으로 확대해 나가야
(서울=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간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재개됐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과 같은 비상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올 수 있도록 계약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원화와 엔화를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전액 '달러 베이스'로 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 계약 기간은 3년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일본에서 열린 '제8차 한일재무장관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했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늘었으나 이듬해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변곡점으로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서 그 규모가 줄었고, 2015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종료됐다. 2016년 8월 우리나라가 브렉시트와 미국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다시 제안했으나, 2017년 1월 일본 정부는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양국 간 경제 협력 문제가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계속 요동친 셈이다.
이번 계약 규모 100억 달러는 2015년 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만료될 당시와 같은 규모다. 당시 규모를 준용해 통화스와프를 일단 재개한 것이다. 사실 한일 양국은 경제위기 상황도 아니고 지금 달러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 5월 말 기준 4천209억8천만 달러에 이른다. 중국과 일본 등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이번에 통화스와프를 재개한 것은 양국이 위기 때 활용할 수 있는 경제협력 창구를 다시 열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셔틀 정상외교 재개로 한일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이어 금융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복원된 것이다.
외환시장에 또 하나의 안전망이 생겼다는 의미도 작지는 않다. 무엇보다 엔화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계약하면서 비상시 달러를 확보하기가 더 수월해졌다는 점에서다. 한미 간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터라 해외 투자가들이 국내에서 한꺼번에 자금을 빼면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일본이 현재 미국과 상시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라 사실상 '한미 통화스와프'의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과의 외환 연결고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12월 종료된 상태다. 금융시장에 대한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일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의 실질적인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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