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도청의혹 시설에 화웨이 직원 출입"…美당국, 첩보 검토
美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 "中, 쿠바내 첩보활동에 화웨이 도움받았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당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의 쿠바 내 도청 의혹 시설에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 직원들이 출입했다는 첩보를 확보해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러한 첩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화웨이와 중싱(中興·ZTE)이 중국의 대미국 스파이 능력 확대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화웨이와 ZTE가 정교한 도청 장비를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도, 이들 업체가 정보를 중국으로 전송하는 데 쓰이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도청 활동에 필요한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화웨이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부인하면서 주재국의 준거법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고, ZTE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WSJ은 중국이 최소 2019년부터 쿠바에 스파이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쿠바 내 도청시설이 4곳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쿠바 북부 해안에 양국이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새로 짓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후 "우리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면서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쿠바 내에서의 스파이 활동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주미국 쿠바대사관 측은 WSJ 보도에 대해 "완전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당)은 이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 통신회사들에 대한 기술 수출통제 정책을 분명히 하도록 요구했다.
서한에는 화웨이가 2000년대 들어 쿠바 정부의 통신·인프라 시설 현대화를 지원했으며, 화웨이·ZTE·쥐룽(巨龍)정보통신 등 중국업체가 쿠바에서 사업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 정부가 군사력 증강에 상업적 단체를 활용하는 공식 정책을 가진 만큼, 쿠바 내 첩보활동에 자국 통신업체들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쿠바에 진출한 이들 업체가 중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쿠바를 드나들 수 있도록 위장 신분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측이 자국 통신장비업체를 도청 활동에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한편 주변국들에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도록 촉구해왔다고 WSJ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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