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후보 난립에 트럼프 어부지리?…일각 "2016년 반복 우려"
펜스 전 부통령, 선관위 서류 제출…트럼프와 경쟁할 후보 이미 8명
뉴햄프셔 주지사 불출마 "부통령 하려는 후보 너무 많아…포기할 용기 있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하려는 후보가 두자릿수에 근접하면서 상당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대선 출마 선언 서류를 제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오는 7일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주(州)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재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충복'이었지만, 2020년 11월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하고 2021년 1월 6일 의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한 뒤로 사이가 멀어졌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그는 '트럼프-펜스' 행정부의 정책 성과를 홍보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과는 거리를 두며 전통적인 보수 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의 가세로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대선 본선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여기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가 오는 6일 출마를 선언하고,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도 7일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공화당 경선 후보가 많을수록 '반(反)트럼프' 표가 분산되면서 트럼프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런 흐름에 흡족해하는 분위기라고 AP는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경선 때도 공화당 후보가 난립한 덕분에 35%의 득표만으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유권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가운데 디샌티스 주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낮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트럼프의 출마를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를 제지할 강력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 불안해하며 후보 간 교통정리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출마를 저울질한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주지사는 이런 이유로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너무 많은 후보가 트럼프에 맞서기보다는 트럼프의 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며 트럼프의 재선을 막으려고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후보는 그만둘 줄 알아야 한다. 올겨울까지 지지율이 낮은 한자릿수에 그치는 후보는 포기하고 집에 갈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 오면서 한때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2016년에 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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