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파 볼턴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보낸 러브레터는 가짜"
"北노동당 선전부에서 썼을 것…트럼프에 외교 또 맡기면 위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들이 김 위원장이 직접 쓴 것은 아닐 거라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턴은 이날 미 CNN 방송에 출연해 내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관한 견해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선출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김정은에게 축하를"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공화당 내에서조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역풍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가 왜 대통령에 적임자가 아닌지 또 하나의 증거"라며 "김정은은 잔혹한 독재자다. 그의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데 그는 미국을 타격하고 역내 이웃을 겁주기 위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친하게 지낼 만한 사람이 아니다. 이는 트럼프가 김정은이 가하는 위협의 정도를 진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에게 외교정책을 4년 더 맡기는 것이 미국에 엄청나게 위험할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등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다.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으나 두 사람은 서로 친서를 주고받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서한들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에서 경고신호를 봤다"며 "내 생각에 이 서한들은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사람들이 쓴 것으로, '각하'(your excellency) 같은 문구들로 가득했다. 트럼프는 그저 그걸 러브레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이 시대 국제관계의 센 남자들(hard men)과 대면할 때 트럼프는 자신이 뭘 맞닥뜨린 건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냥 자기 위치를 모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강경 보수 성향의 '네오콘'으로 통하는 볼턴은 대(對)북한·중국 강경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화를 겪다가 해임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회고록과 인터뷰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그는 지난해 말부터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첫 프라이머리 토론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주자는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볼턴 전 보좌관은 "(토론 참여는) 아직 생각 중"이라면서도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겠다. 이는 당에 대한 충성도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는 4년간 나라와 공화당에 엄청난 해를 끼쳤고 4년을 더한다면 심각하고 영구적인 피해가 갈 것"이라며 "경선 주자들은 서로 헐뜯지 말고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재지명을 막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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