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34.34

  • 33.10
  • 1.32%
코스닥

696.83

  • 19.82
  • 2.93%
1/3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 또다시 분쟁의 불꽃 튀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 또다시 분쟁의 불꽃 튀나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20여년 전 민족 간 갈등으로 끔찍한 인종청소가 벌어진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에서 최근 다시 갈등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보스니아계가 다수인 코소보에서 소수 인종인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하던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이들을 해산시키려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평화유지군(KFOR) 병력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수십명이 다쳤다.
앞서 즈베찬에선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코소보 경찰과 충돌을 이어왔다.
한동안 잠잠하던 코소보에서 민족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번호판 때문이었다.
작년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에서 발급된 자동차번호판을 현지 것으로 바꾸도록 하자 해당 번호판을 소지하고 있던 세르비아계가 반발한 것이다.
번호판 논란은 이후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진정되는 듯했지만,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정부가 추진한 선거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반발을 이어갔다.
코소보는 과거 2차 대전 후 발칸반도 일대를 지배하던 유고연방 안에 있던 세르비아 자치주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유고연방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이 독립을 선언하며 세르비아가 주도한 유고슬라비아 연방과 내전을 벌였고, 이에 자극받은 코소보도 독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1998~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인종청소를 벌여 30만명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이에 나토가 1999년 세르비아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고 세르비아가 코소보에서 철수하면서 내전은 일단락됐다. 이후 나토 평화유지군은 계속 코소보에 남아 치안을 돕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코소보의 지위는 아직은 완결형이 아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미국과 유럽연합 등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99개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 가입도 불허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의 독립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세르비아는 2012년부터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이고, 코소보는 작년 말 EU 가입을 신청해 세르비아의 반발을 샀다.
코소보에서의 민족 간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독교를 믿는 세르비아계는 이곳을 자기 민족이 뿌리를 둔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
하지만 14세기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이슬람을 믿는 알바니아인들이 집단 이주해 정착하게 됐고, 오스만제국이 떠난 이후에도 알바니아계는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왔다.
현재 코소보의 인구 180만명 중 알바니아계가 92%를 차지하고 세르비아계는 6%에 그친다.
세르비아계는 코소보 중에서도 세르비아와 인접한 북부에 모여 살면서 세르비아와의 연결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자동차번호판을 바꾸라는 코소보 정부의 요구에 발끈한 이유다.
최근 코소보 내 민족 갈등에는 세르비아 정부의 지원이 있고, 그 뒤에는 러시아가 있다는 의심 어린 눈길이 쏠린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내 분쟁에서 세르비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코소보 내 갈등 상황에 대해 "코소보 정부가 근거 없는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세르비아 편을 들었다.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바짝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르비아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년 5월 러시아와 가스 수입 협정을 맺기도 했다.
세르비아 의회 내에선 '발칸반도의 탈나치화'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탈나치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 주민이 정부의 핍박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자주 사용해 온 표현이다.
비오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코소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BBC는 전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