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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서방 '가치외교' 확장 '슈퍼위크'…세심한 중·러 관리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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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서방 '가치외교' 확장 '슈퍼위크'…세심한 중·러 관리 뒤따라야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열린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국과 일본에서 캐나다, 호주, 베트남, 인도, 영국, 일본, 코모로,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등 10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6개월 만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22일 서울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도 회담한다. '슈퍼 외교위크'라는 표현이 걸맞은 숨 가쁜 정상 외교 일정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와의 '가치 연대'를 확장하면서 이에 반하는 러시아, 중국에 대한 서방의 견제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대러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는 한편 중국을 향해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 G7 참관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자유와 국제연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3국의 새로운 단계 공조에 합의하면서 법과 규범을 토대로 하는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수호에 한국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국이 G7 정상회의 기간에 국제규범을 강조하며 미·일과 밀착하는 외교 노선을 보다 선명히 내세움에 따라 대 중·러 관계는 그만큼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0일 논평에서 G7 공동성명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우리를 상대로 한 선전포고"라고 반발했다. 중국은 특히 G7 정상회의 폐막일인 21일 미국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맞불'을 놨다. 지난 3월31일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 개시를 발표한 지 50여일 만에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이 회사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도록 조처한 것이다. 메모리 분야 세계 3위인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 가운데 중국 본토 매출액이 약 11%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이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당장 한미관계에서 미묘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미 양국 정부는 이 보도를 공식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입장에선 실제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러 관계도 향후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나 내용에 따라 언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가 끝나고 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후 냉각된 양국 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중국을 분리(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디리스킹)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 이달 10~11일 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 간 회담을 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대중 견제 보조를 맞춘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정상들도 앞서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각국이 치열한 진영싸움 와중에도 중국과의 선별적,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익을 위한 실리적 공간을 넓혀가는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우리도 서방 진영과의 가치 외교를 통해 쌓은 기반을 토대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외교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중·러와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는 등의 세심한 양국 관계 관리가 뒤따라 할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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