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안전자산 美국채 보유 5개월 연속 늘려…세계 18위
3월 기준 151조4천억원…작년 10월 131조원서 꾸준히 증가
중국도 3월에 8개월 만에 늘려…"미 디폴트 시 中이 수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달러 패권 약화와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월 주요국 대다수가 미 국채를 사들였고 한국은 5개월 연속 보유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한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1천140억 달러(약 151조4천억원)로, 전월 대비 32억 달러(약 4조2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미 국채 시장이 최근 38년 사이 가장 긴 약세장을 기록하면서 다수 국가가 미 국채 보유를 줄였고, 당시 한국의 보유 규모는 1천억 달러 선을 하회하면서 987억 달러(약 131조원)로 내려간 바 있다.
이후 11월 1천3억 달러(약 133조2천억원)로 반등한 뒤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한 것인데, 아직 전년 동기(1천189억 달러)와 비교하면 4.1% 정도인 49억 달러(약 6조5천억원) 적은 수준이다.
지난 3월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은행권 불안이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려 금리 상단을 5.00%로 끌어올린 때다.
당시 안전자산 선호 속에 미 국채 보유 순위 1·2위인 일본·중국을 포함해 18위 한국까지 상위 1∼18위 국가 모두 미 국채 보유를 늘렸다.
미중 갈등 속에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 한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미 국채 보유분을 줄이다가 3월 들어 8개월 만에 보유분을 늘렸다.
3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분은 8천693억 달러(약 1천154조4천억원)로 전월 대비 205억 달러(약 27조2천억원) 늘었지만, 전년 동월 1조132억 달러(약 1천345조5천억원)보다는 1천439억 달러(약 191조1천억원)나 적은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3월 기준 보유분이 1조877억 달러(약 1천444조원)로 전월 대비 59억 달러(약 7조8천억원) 늘었다.
하지만 일본도 엔화 약세를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미 국채를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1년 전보다 1천413억 달러(약 187조6천억원) 적다.
미국 이외 국가들의 미 국채 보유 총액은 3월 기준 7조5천730억 달러(약 1경57조원)로 전월 대비 2천296억 달러(약 305조원) 늘었으며, 이는 2021년 6월 이후 최대폭의 증가 규모다.
또 최근 1년 새 최저였던 지난해 10월의 7조1천332억 달러(약 9천472조원)보다는 많지만, 전년 동기 7조6천44억 달러(약 1경98조원)보다는 줄었다.
뉴욕 소재 TD 증권의 겐나디 골드버그 선임 금리 전략가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3월 은행권 스트레스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면서 "일본·중국이 많이 매수했고, 영국이 매수하거나 영국을 통해 헤지펀드가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규모도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15개월 새 최고인 4.338%를 찍은 뒤 지난 3월 초 3.996%에서 3월 말 3.49%로 내려왔으며, 이후 18일 기준 3.6480%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 달 초 미국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부채한도를 늘리기 위한 정치권 논의가 아직 타결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미 국채는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지는데, 미국 정부가 디폴트로 채권 보유자에게 제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세계적 여파가 미칠 수 있다.
갑자기 미 국채가 위험자산으로 여겨져 대규모 매도세가 형성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미 국채에 대한 시장 투자자들의 선호를 영구적으로 꺾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미국 디폴트에 대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24조 달러(약 3경2천조원) 규모인 미 국채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최근 말하기도 했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커스 놀런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디폴트 시 중국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지위를 고려할 때 디폴트가 발생하면 세계 금융시장에 '대형 화재'가 될 수 있고, 막판에 디폴트를 피하더라도 미 국채의 등급 하락과 금리 상승 압력이 생기고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심해질 것으로 봤다.
또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와 함께 중국에 맞선 미국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별 미국채 보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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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국가 │2023년 3월 보유 │2023년 2월 보유 │2022년 3월 보유 │
├───┼─────┼────────┼────────┼─────────┤
│1위 │일본 │1087.7 │1081.8 │1229 │
├───┼─────┼────────┼────────┼─────────┤
│2위 │중국 │869.3 │848.8 │1013.2│
├───┼─────┼────────┼────────┼─────────┤
│3위 │영국 │714 │643 │636.5 │
├───┼─────┼────────┼────────┼─────────┤
│4위 │벨기에│336.5 │330.9 │2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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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룩셈부르크│328.6 │327 │303.2 │
├───┼─────┼────────┼────────┼─────────┤
│10위 │대만 │239.5 │231.6 │236.9 │
├───┼─────┼────────┼────────┼─────────┤
│18위 │한국 │114 │110.8 │1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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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미국 재무부·단위 십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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