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방' 가나, 영국에 "약탈 문화유산 돌려달라"
토착민족 아샨티 수장 방문해 요구…박물관 "소장품 대여 모색 중"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영연방 국가인 가나가 19세기 후반 영국이 침략 전쟁 중에 약탈한 문화유산의 반환을 요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나 토착 민족 아샨티의 왕(아샨티헤네) 오툼포 오세이 투투 2세는 지난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하는 동안 영국 박물관에서 하르트비크 피셔 관장을 만났다.
금이 풍부한 오늘날 가나 남부 지역의 아샨티족이 세운 아샨티 제국은 19세기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유럽과 무역을 하며 번성했으나, 영·아샨티 전쟁에서 최종 패배하면서 골드코스트의 일부로 영국 통치를 받았다.
이후 골드코스트는 가나를 국명으로 독립했다. 아샨티 지역은 오늘날 가나의 일부이지만, 아샨티는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샨티헤네는 실권은 없어도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존중받는다.
영국박물관은 세 번째 영·아샨티 전쟁 중인 1874년 아샨티 궁에서 나온 문화유산들을 소장하고 있다.
영국박물관 관계자는 BBC에 오세이 투투 2세가 유물들의 '대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제3차 영·아샨티 전쟁 종전 150주년을 기념하고 아샨티헤네의 즉위 25주년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소장품 대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나인들에게 '대여'는 장기적인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가나 정부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샨티궁 유물을 돌려받기 위한 반환위원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이 기구의 위원인 나나 오포리아타 아임 가나 문화부 특별고문은 "이는 주로 신성한 물품들로, 반환은 단순한 반납의 의미를 넘어 빼앗긴 장소의 복구와 보상에 관한 것"이라며 "착취나 억압이 아닌 평등과 상호존중에 바탕을 둔 관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아임 고문은 "대여는 변화가 더딘 제도 속에서 대화를 여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런 물건들은 폭력적 상황에서 빼앗긴 것들이다. 정직과 책임,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53년 설립된 영국 박물관은 방대한 양의 인류 역사 유산을 집대성해놓은 곳으로, 원 소유 국가들의 소장품 반환 요구를 줄기차게 받고 있다.
'엘긴 마블스'로도 불리는 그리스 파르테논 석조물들이 대표적이다.
식민 지배 갈등을 빚었던 나라에서 문화유산 반환 이슈는 더 흔히 제기된다.
에티오피아는 19세기 영국 군의 군사활동 당시 사라진 십자가, 무기, 보석류 등의 반환을 영국박물관에 요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16세기 이후 베닌 왕국 청동제품 900점의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다만 영국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소장 문화재를 영구히 돌려주지 못한다는 자국 법을 내세워 문화유산을 돌려줄 때 완전 반환이 아닌 문화 교류 취지의 대여 형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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