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문턱 낮추니…서울 아파트 거래 10건중 3건이 '6억~9억원'
특례보금자리론·생초자 대출 확대에 2∼3월 중고가 거래 증가
시중은행 금리 인하도 영향…6억 이하, 15억 초과 비중은 줄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두 달간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 10건 중 3건이 6억∼9억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중고가 아파트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최초 대출 확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 대출 문턱을 낮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3월 중개를 통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총 3천879건(4일 신고 기준, 계약해제·직거래 제외) 가운데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가격대의 거래 건수는 1천189건으로 전체의 30.7%를 차지했다.
정확도를 높이고자 조사일 기준까지 계약 해제된 것과 비정상적 가격의 증여성 거래 또는 임대주택 일괄 소유권 이전 등 목적으로 신고된 직거래는 제외하고 중개업소를 통한 중개거래만 집계한 결과다.
이는 같은 조건으로 직전 2개월(2022년 12월∼2023년 1월)간 거래된 1천967건 중 6억∼9억원 거래 비중(28.8%, 567건)에 비해 2%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9억∼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도 크게 늘었다.
지난 2∼3월 9억∼15억원 아파트 거래 비중은 28.3%(1천98건)로 6억∼9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직전 2개월간 9억∼15억원 비중 25.8%(507건)에 비해 2.5%포인트 높아졌다.
이들 중고가 가격대의 거래 비중이 커진 것은 최근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올해 1월 말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장기간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자금은 소득 기준이 낮아 맞벌이 등은 대출이 어려웠는데 소득과 무관하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규제지역과 무관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높이고 대출 한도를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최근 금리 인하 기조에서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한때 6∼7%대까지 고공행진하던 금리가 이달 들어 3∼4%대로 떨어지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물론, 지역이나 주택형을 바꾸려는 갈아타기 수요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2021년 1월(33.0%)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젊은층의 주택 매수가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 2월 34.7%로 1월(30.8%)보다도 4%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비해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올해 1월 28.6%에서 올해 2∼3월 25.6%로 떨어져 금액대별 거래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도 종전 16.8%에서 15.4%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3월 거래량 증가로 급매물이 상당수 소진되고 호가도 오르면서 당분간 중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이자가 3%대까지 하락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물론 갈아타기 등 신규 수요가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문턱이 종전보다는 낮아지고 금리도 내리면서 매수 심리가 종전보다는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해 거래량이 크게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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