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위드 코로나'에 항공기 조종사 유치 경쟁
4월초 연휴에 900만명 출입경 예상…방역 해제후 첫 연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지난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여객기 조종사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지난 3년간 '제로 코로나'로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주요 항공사들이 조종사를 비롯해 직원을 대거 감원한 상황에서 국경이 열리자 다시 인력 충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SCMP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이 전날 홍콩에서 개최한 조종사 채용 행사에 현지뿐만 아니라 호주와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지역 외국인 조종사들도 참석했다.
중동 지역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이 홍콩에서 대면 채용 행사를 개최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29일 두바이-홍콩 일일 직항 노선 운영을 재개하고 주당 14회 운영을 시작했다.
홍콩은 2020년 초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국경을 걸어 잠가 3년 가까이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대부분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말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의무를 폐지하면서 국제 여행객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난달 중국과의 왕래가 전면 재개되면서 국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홍콩-두바이 노선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환승을 위해 많이 이용한다.
에미레이트항공 채용 행사에 참석한 홍콩 거주 5년차의 한 호주인 조종사는 SCMP에 "세계 많은 지역이 재개방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중동의 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도 조종사 채용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홍콩인 조종사는 "에미레이트항공이 꽤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이직을 고려해보려 한다"면서 "모든 게 더 비싸졌다. 미국 항공사들은 큰 폭의 임금 인상 등 꽤 유혹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현재 내 회사가 그것에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캐세이퍼시픽은 2020년 10월 자회사 캐세이 드래곤의 영업을 중단하며 5천900명을 감원했고 2021년 상반기에는 추가로 2천500명을 내보냈다.
이후 신규 채용된 조종사들의 연봉은 이전보다 약 40% 깎였고 주택·퇴직금 혜택 등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에미레이트항공과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홍콩 항공사들과 조종사 채용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콩익스프레스는 올해 말까지 180명의 조종사를 고용할 계획이며, 캐세이퍼시픽은 올해 3천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심각한 조종사 부족 현상이 벌어지면서 홍콩 항공 산업 회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해제된 뒤 첫 연휴인 다음 달 1∼10일 903만명의 여행객이 홍콩을 출입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홍콩 당국이 밝혔다.
이중 83.5%인 754만명은 중국과의 육로 접경검문소를 통해 여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 홍콩은 청명절(4월 5일)과 부활절 연휴(4월 7∼10일)가 있어 청명절 앞뒤로 휴가를 낼 경우 최장 열흘을 쉴 수 있다.
작년 같은 기간 홍콩과 중국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신음하고 있었고, 홍콩 접경검문소를 통과한 여행객은 1만7천220명에 불과했다. 당시 홍콩과 중국 선전을 오가며 물류를 담당한 접경 지역 화물트럭 기사도 폐쇄 루프에서 작업하는 등 엄격한 방역 조치가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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