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자유도 대신 BM 택한 '아키에이지 워'…후속작 발판 될까
전투 단조로운 데 반해 유료 아이템 확률은 '바늘구멍'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자유도'라는 게임 용어가 있다.
자유도의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특정한 플레이 방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즐길 수 있게끔 설계된 게임을 자유도가 높다고 한다.
2013년 세상에 나온 '아키에이지'의 슬로건 역시 자유도였다.
바다로 나가 여러 명이 배를 조종하며 해상전을 벌이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재판을 거쳐 감옥에 갇히는 등, 아키에이지는 현재 기준으로 봐도 혁신적인 자유도를 자랑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었다.
카카오게임즈[293490]가 지난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는 약 10년 만에 돌아온 아키에이지의 후속작이다.
'아키에이지 워'는 과거 '리니지'·'바람의 나라' 제작에 참여한 1세대 게임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설립한 엑스엘게임즈가 오랜만에 내놓는 신작이라 출시 전부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 콘텐츠도 BM도 한국형 MMORPG 답습…실종된 자유도
전작의 빼어난 자유도가 무색하게도, '아키에이지 워'의 콘텐츠는 사냥과 PvP(플레이어 간 전투)가 전부인 한국형 MMORPG를 답습했다.
전투 방식은 캐릭터가 제자리에 말뚝처럼 서서 자동으로 물약을 마시며 공격을 주고받는 단조로운 시스템이다.
게임 속 세계는 지역별로 나름의 분위기와 콘셉트가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퀘스트 목적지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탐험의 재미를 퇴색시킨다.
클래스 간에 밸런스도 맞지 않아 활이나 마법을 쓰는 캐릭터는 근접 공격을 하는 캐릭터에 비해 사냥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물약도 적게 소모한다.
그래서 필드에서 마주치는 플레이어의 절반 이상이 활을 쓰는 캐릭터였고, 근접 무기를 쓰는 캐릭터는 가물에 콩 나듯 찾아볼 수 있는 정도였다.
제작진이 '아키에이지 워'만의 차별점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운 항해 콘텐츠도 지극히 단순하다.
캐릭터가 배로 변신해 바다로 나가 해파리, 상어 같은 적들과 자동으로 공격을 주고받는 방식인데, 해상전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해 바다 위에서 물약을 마셔 배의 체력을 회복하는 등 육상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여타 한국형 MMORPG처럼, '아키에이지 워' 역시 유료 확률형 아이템 판매 위주의 BM(수익모델)을 택했다.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임 캐릭터와 탈것, 그로아(펫)는 일반-고급-희귀-영웅-전설 5등급으로 나뉜다.
카카오게임즈가 자율 공시한 확률에 따르면 유료 뽑기 1회당 획득 확률은 일반 75%, 고급 23.9%지만 좋은 성능을 지닌 희귀 등급은 1%, 영웅 등급은 0.1%에 불과하다.
전설 등급 캐릭터나 탈것은 1천분의 1 확률을 뚫고 획득한 영웅 등급 4개를 모아 '합성'하면 13% 확률로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물론 전직 시스템이 있어서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처음 선택한 캐릭터만큼은 전설 등급까지 확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유료 뽑기로 얻는 캐릭터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 정식 후속작 '아키에이지2' 개발 위한 '캐시카우' 될 수 있을까
기존 MMORPG에 비해 새로운 것이 없는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첫 주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2위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리니지2M'이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처럼 흥행한 게임의 게임성과 BM을 거의 그대로 벤치마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올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에 대작 MMORPG 출시가 여럿 예정돼있다는 점이다.
당장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가 오는 30일 출시 예정이고, 위메이드[112040]의 '나이트 크로우'는 다음 달 서비스를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 중이다.
두 게임 모두 모두 공성전과 PvP를 강조한 중세 판타지풍 MMORPG인 만큼, 서로 한정된 국내 이용자 수를 놓고 경쟁하게 될 공산이 크다.
아키에이지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 '아키에이지 2'를 개발 중인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워'에 거는 기대는 크다.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엑스엘게임즈의 작년 당기순손실은 약 34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엑스엘게임즈의 현재 수익원이 2013년 작 아키에이지와 2019년 작 '달빛조각사', 아키에이지의 블록체인 게임 버전 '아키월드' 정도로 감소세인 데 반해, 신작 개발에 따른 인건비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IP의 정체성을 다소 희생하면서까지 BM을 강조한 '아키에이지 워'의 향후 매출 지표는 엑스엘게임즈의 후속작 개발 및 회사의 실적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