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내분에 정보 통제력 약화"…러 정부 고위관리도 시인
ISW, 러 외무부 대변인 발언에 "이너서클 암투 확인돼" 분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의 언론, 소셜미디어 등 이른바 '정보 공간'에서 크렘린궁의 통제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러시아 정부 핵심 관계자가 시인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주변 이너서클(핵심 권력층)의 내분을 장악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 해당 발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스위크는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ISW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현대 정보·인지 전쟁의 실체적·기술적 양상' 포럼 토론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보 공간'에서 중앙 집권적 통제력을 내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구소련 시절에는 정보기관이 정보 공간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했는데, 크렘린궁은 이런 '스탈린식 접근법'을 재현하지 못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이번 전쟁을 정당화하는 서사를 개발해 1년 넘게 자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해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나치 정권을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는 여기에 항거하는 '특수 군사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정치 선전을 확산하기 위해 러시아는 언론, 소셜미디어 등 이른바 정보 공간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정부의 정책 취지의 부합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억제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정보 공간에서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해졌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인 외무부 대변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ISW에 따르면 자하로바 대변인은 같은 토론회에서 이런 장악력 약화의 원인으로 "크렘린궁의 불특정 '엘리트'의 내분"을 거론, 크렘린궁 내부의 권력 암투설을 사실로 확인해준 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SW는 "푸틴 대통령의 이너 서클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가 '정보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다른 주체들에 내줬다는 점, 푸틴 대통령이 이를 되찾기 위해 결정적 행동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등이 이 발언으로 뒷받침된다고 분석했다.
ISW는 또한 자하로바 대변인이 이런 현실을 시인한 이유로, 그동안 크렘린궁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고강도로 비판해온 '극단적 전쟁 옹호론자' 군사 블로거들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장기간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군사 블로거들은 이를 맹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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