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낮은 성장목표치에 시장 실망…"'세계경제 부양' 기대 소멸"
"대규모 재정·금융 경기부양책 없다는 뜻"…"달성의지 반영"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예상보다 보수적인 '5% 안팎'으로 제시하자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금융시장에서 실망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 보도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발표를 생략한 2020년을 제외하면 1991년(4.5%) 이후 최저이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3%(중간값)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리 총리의 연설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 완화와 관련한 새로운 언급이 없었고, 대신 미중 갈등 격화 속에 반도체 분야 등에서 자립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올해부터 '제로 코로나'를 끝내고 일상 회복에 들어간 중국 경제의 회복이 세계 경기 하락을 막아줄 '구원투수'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적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전인대를 앞두고 예상치를 웃도는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 등에 힘입어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1.7% 상승했고 역외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1.2%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성장률 목표치 발표로 이런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중국 증시의 상승 동력도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시간 6일 오전 11시 52분 기준 CSI 300지수는 전장 대비 0.54% 빠졌고,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0.24%, 0.23% 하락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보수적인 성장률 목표치를 통해 현재로서는 강력한 재정·금융 경기 부양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 기대감도 꺾이는 분위기다.
또 인프라 건설의 주요 자금원인 지방정부 채권 발행 목표가 크지 않은 것은 경기 부양과 지방의 어려운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인프라 건설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BNP파리바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재클린 룽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이나 인프라 건설 등 원자재 집약적인 분야의 경기 진작책을 자제한 데 대해 "중국의 과거 경기 반등 사이클과 비교해 긍정적 파급효과가 다소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의 아이리스 팡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부문 성장세가 둔화하면 원자재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철강·시멘트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수적인 성장목표를 제시한 배경과 관련, 그로우 투자그룹의 이코노미스트 훙하오는 중국이 지난해 '5.5% 안팎'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다가 3.0% 성장에 그친 전례를 언급하며 "큰 노력 없이 달성할 수 있도록 더 보수적인 목표를 원했다"고 해석했다.
이를 통해 중국 지도부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정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취와 수창 등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목표치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뒤 이번에는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의 초대형 경기부양책 등 과도한 대응에 따른 교훈으로 "경제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고 지나친 부채를 쌓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루이스 쿠이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이 중요하지만, 금융 안정 등 다른 목표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이 지난주 '홍수 같은 부양책'은 지양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폭 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버트 호프만은 "소비 반등이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면서 "기업 투자는 더 강력한 민간영역 지원책이 분명해질 때까지 중립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리창 신임 총리를 비롯한 중국 정부 개각이나 전인대 기간 발표될 각종 개혁조치가 새로운 성장의 촉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