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비상] ① 파업 후유증에 서민주택도 줄줄이 '입주차질'
창원 가포 A2블록 입주 3개월 연기 결정…전국 공공아파트 공사 지연
민간 현장도 공기 연장 놓고 갈등…국회서 "파업 피해는 지체보상금 제외" 추진
[※ 편집자주 =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를 뿌리뽑겠다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입주지연 등 파업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타워크레인 노조는 정부의 압박에 반발해 이달부터 사실상 태업에 가까운 '준법투쟁'에 나서 추가적인 건설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민간 건설 현장은 원자재 등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문제와 이로 인한 입주 차질 등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건설현장의 공사 차질 실태와 대책을 3편으로 나눠 짚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전국 건설현장 곳곳이 공사 지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간 건설현장은 물론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공공아파트까지 입주 차질로 피해를 보는 현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와 레미콘 운송조합 등의 잇단 파업으로 공사가 지체된 여파다. 건설업계는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화물연대 등 파업 후유증…공공아파트 곳곳 입주 지연
지난해 화물연대 등의 장기 파업은 서민의 보금자리인 공공아파트 입주 차질로 나타나고 있다.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당초 올해 6월 입주 예정인 경남 창원시 가포지구 A-2블록(402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입주는 9월로 석달 연기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장기간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과 레미콘 운송조합 파업이 더해지며 골조공사가 오래 지연된 탓이다.
LH는 앞서 올해 1월로 입주 예정이던 서울 강남구 자곡동 수서역 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597가구)도 문화재 발굴 문제에 이어 화물연대 등 노조 파업까지 겹치며 입주를 올해 6월로 5개월 연기한 바 있다.
LH 관계자는 "입주민들에게는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그러나 당초 입주 일정에 맞춰 자녀 학교나 직장, 전월세 계약 등의 이주 계획을 수립했던 입주민들은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지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공공주택 입주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LH는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와 관련한 공공아파트 시공 건설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계약기간 연장,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부과 제외 등의 조처를 진행중인데 다수 현장에서 파업으로 인한 공사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의 조사가 끝난 충남 예산 주교 고령자복지주택, 여수 서교 행복주택, 인천 검단 AA블록, 울산 다운2지구 A-9블록 등 4개 단지의 경우 순수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공기 차질이 짧게는 7일부터 길게는 15일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 기간은 이보다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은 16일간 진행됐지만 이로 인한 실제 공정은 3배 가까운 평균 40일 정도가 지연된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여기다 코로나, 원자재 수급 차질 문제까지 겹쳐 돌관작업(장비·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까지 해도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민간 건설현장도 공사 차질 줄이어…"지체보상금 부담 역대급"
민간 건설현장은 공사 차질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건설[000720]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아파트 입주를 내년 2월에서 5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최고 59층의 초고층 아파트로 화물연대 총파업, 레미콘 및 건설자재 수급 지연 등으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준공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도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완공이 한 달 가량 늦어지게 됐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공기 문제가 시공사와 조합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028260]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에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올해 8월 예정인 입주를 2개월가량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조합측이 거부하면서 관련 계획을 철회했다.
조합원이 공기 연장을 받아주지 않으면 결국 입주 지연에 대한 책임과 지체보상금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 건설현장도 파업 등을 이유로 발주처(조합)에 공기연장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실상 이를 순순히 수용하는 발주처나 조합은 많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년에도 화물연대나 건설노조의 파업은 있었지만 지난해는 파업이 유독 길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수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기에 문제가 생긴 현장이 많다"며 "민간 건설현장은 공기 지연에 따른 피해를 건설사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지체보상금 규모도 역대급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화물연대·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주택 입주가 지연되었을 때는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면제 대상은 구체적으로 천재지변과 경제 사정 변동, 파업 등 국토부 장관이 정한 사유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입주민의 피해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국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수의 피해가 예상되는 측면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법 심의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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