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우크라 관자놀이에 총구 겨누고 평화협상 불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 이후 첫 연방의회 시정연설
"우크라에 무기공급 중단" 주장에 연정·야당 한목소리로 비판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직 평화협상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관자놀이에 총구가 겨눠져 있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굴복하지 않고서는 평화협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요구하는 모든 이에게 거절을 명백히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게 더 강력한 이웃에 굴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위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이는 평화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또다시 절박하게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평화를 창출하는 것은 공격과 불의에 명백히 맞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숄츠 총리는 "베를린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것으로는 평화를 창출할 수 없다"면서 "다시는 안된다는 것은 푸틴의 제국주의가 관철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 도심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독일 좌파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의원과 여성운동가 알리스 슈바르처, 에리히 파드 전 독일군 준장이 주최한 우크라이나 평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만명, 독일 언론 추산 1만3천명이 모여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 중단"과 "평화협상 개시"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정치인과 극우단체들도 참석했다.
이 집회에 대해 이날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민주당(SPD) 소속 숄츠 총리를 비롯해 연립정부를 이끄는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은 물론, 야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까지 일제히 비판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야권을 대표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러시아가 오늘 무기를 잠잠하게 둔다면, 그러면 내일 전쟁은 끝날 것"이라며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오늘 무기를 내려놓는다면, 내일은 우크라이나가 국가나 민족으로서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뒤르 자민당 원내대표는 "해당 집회 주최 측은 의도적으로 범인과 피해자를 뒤바꾸고 있다"면서 "그들은 파렴치하게 인간을 멸시하면서 비열하고, 부끄럽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