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제재 동참 거부' 인도에 "러에 서서히 등 돌리고 있어"
"인도·남아공, 러와 오랜 유대 단번에 끊기 어려운 측면"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동조적인 국가들도 서서히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와 남아공 같은 국가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서방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이들 나라가 러시아와의 제휴로부터 멀어지는 궤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옛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 수십 년 된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이 단번에 그 관계를 끊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것은 전기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게 아니고, 항공모함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합류 압박에도 러시아와의 오랜 유대 관계, 특히 석유 수요 등 경제적 이유로 이에 맞서온 게 사실이다.
인도는 수입 무기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할 정도로 옛소련 시절부터 러시아와의 관계가 각별하다. 러시아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인도다.
최근 5년간 130억 달러(약 16조 6천억 원) 규모의 무기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였고, 아직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주문량도 100억 달러어치가 넘는다.
이 때문에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 및 비료 수입을 늘리며 러시아 자금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날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인도는 중국, 이란 등과 함께 기권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인도는 수십 년 간 러시아가 자국의 군사 장비 등을 제공하는 핵심에 있었지만, 우리가 지난 몇 년간 봤을 때는 그런 러시아의 의존으로부터 멀어지고 우리와 다른 국가와의 파트너십으로 이동하는 궤적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 역시 과거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미국이 당시 남아공 정권에 동정적이었던 데 반해 옛소련은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활동가를 지원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며, 과거의 그러한 미국의 접근법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남아공과 러시아의 유대 관계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소련은 남아공의 자유군을 지지했고, 미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너무나도 동정적이었다. 그런 역사 또한 하루아침에 지워지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남아공이 러시아를 멀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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