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가보니…"1억℃ 300초 버텨볼 계획"
2021년 1억℃ 운전 30초 세계최초 달성…실증로 개발 위해 성능 제고중
(대전=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1억℃ 초고온을 오랜 기간 버틸 수 있도록 내부 부품을 텅스텐 소재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1억도 운전 상태를 300초까지 유지하는 걸 검증할 계획입니다."
22일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앞에서 윤시우 부원장(KSTAR연구본부장)은 KSTAR의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5년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핵융합 실증로 개념 확정을 앞두고 기자단에 KSTAR 내부를 공개했다.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만들고 이를 초전도 자석이 만드는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 장치다.
도넛 모양의 토카막 장치에 플라스마를 가두고, 플라스마가 도넛 내부를 계속 빠른 속도로 돌게 만들어 온도를 유지한다.
KSTAR는 2021년 세계 최초로 1억도 운전 30초를 달성해 핵융합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장시간 운전을 위해 내벽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장치인 '디버터'를 탄소 소재에서 텅스텐 소재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를 통해 KSTAR 내벽은 내부 1억 도를 유지하면서도 외부는 초전도 전자석 가동을 위해 영하 270도 이하 극저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1억 도와 영하 270도 지점 사이 거리는 1~2m에 불과하다고 윤 부원장은 설명했다.
향후 개발될 실증로는 24시간 구동이 필요한 만큼 KSTAR도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핵융합연구원은 설명했다.
우선 플라스마를 1억 도 온도로 달구는 장치인 중성입자빔가열장치(NBI)도 1대를 추가해 출력을 기존의 두 배인 12MW로 늘리고 향후에는 15MW까지 높일 계획이다.
핵융합 운영 조건을 잡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KSTAR는 실증로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인 노심 불안정성(ELM) 안정화 시간을 45초까지 늘리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ELM은 플라스마 가장자리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가 풍선처럼 터지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으로 내벽에 손상을 일으키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KSTAR 장치와 함께 KSTAR의 주 제어실, 시뮬레이션 시스템 등도 돌아봤다.
KSTAR 내부를 모니터와 각종 수치로 볼 수 있는 주 제어실은 계기판에 여러 숫자만 켜진 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 부원장은 "1년에 3개월 정도만 시험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때만 바글바글하고 평소에는 이렇게 한산하다"고 말했다.
KSATR는 2008년 플라스마를 처음 만들어 낸 이후 지금까지 시험을 3만2천769회 시행했다. 한 달에 1천 회꼴, 1년에 3천 회 정도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제어실에서 KSTAR를 실시간 3차원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도 적용하기로 했다.
일반 PC 3천 대 정도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로 가열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운전 환경을 최적화하는 기술도 접목된다.
KSTAR 주변을 돌던 중 보인 방사선 준위를 측정하는 표시기에는 시간당 10μSv(마이크로시버트) 수치가 표시돼 있었다.
이는 내부에 10시간 정도 있으면 엑스레이를 한 차례 촬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핵융합연구원은 설명했다.
윤 부원장은 "실험할 때는 방사능 수치가 높지만 장치가 꺼지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이는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은 운전을 마치면 안전하다는 것을 뜻하는 고유 특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STAR 연구동 내벽 한쪽에는 KSTAR 제작에 참여한 기업들의 로고가 가득 붙어 있었다.
윤 부원장은 "KSTAR는 10m 크기 부품을 만들어도 오차는 1mm만 허용했는데 국내 제조 기업들이 이를 실제로 부합시켰다"며 "KSTAR 성능이 다른 국가보다 뛰어난 이유는 한국의 조선 등 제조업 기반이 단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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