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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지표 밑 불과 18㎞…얕은 진원, 피해 키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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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지표 밑 불과 18㎞…얕은 진원, 피해 키웠다(종합)
"동아나톨리아 단층, 응력 쌓였다 수평운동으로 힘 방출"
오랜 내전에 약해진 시리아 건물 타격↑…분쟁지 구조 접근도 난망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김동호 기자 =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4천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고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왜 이렇게 큰 피해를 일으켰을까.
영국 BBC 방송은 지진의 규모도 크지만 진원의 깊이, 발생 시간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무엇보다도 지진이 발생한 땅속 지점, 즉 진원이 상대적으로 얕은 곳에 위치한 탓에 지표면에 늘어선 건물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줬다는 설명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튀르키예 중서부에서 발생한 첫 지진의 진원 깊이는 약 18㎞ 정도였고, 잠시 후 이어진 7.5 규모 여진의 진원도 깊이가 10㎞에 불과했다.
진원이 얕을수록 지진파가 지표면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 건물을 타격하기 전까지 손실되는 에너지가 적다. 얕은 지진이 깊은 지진보다 사람이 느끼는 흔들림의 강도가 더 커지고 파괴력을 갖는 이유다.
여기에 7.8 이상 규모의 위력을 지닌 지진은 지난 10년간 단 두번 발생했을 정도로 매우 드문 데다, 이번 지진이 대부분 주민들이 집에서 잠을 자던 새벽 시간대에 처음 발생하면서 더욱 큰 피해를 낳았다고 BBC는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의 초기 파열이 상대적으로 얕은 곳에서 시작됐다"며 지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진원 깊이를 꼽았다.
영국 개방대학교 지구과학과의 데이비드 로서리 교수는 "지표면 인근에서의 지진은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같은 규모의 지진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에 지역의 동아나톨리아 단층의 특성을 거론했다.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의 하나로, 수직으로 움직이는 다른 단층과 달리 수평으로 움직인다.
로이터는 "단단한 암석판들이 단층선을 가로질러 서로 밀어 올려지며 응력(물질에 외력이 가해졌을 때 내부에 생기는 저항력)이 쌓이고, 마침내 수평 운동으로 미끄러질 때에는 지진을 유발하는 엄청난 양의 압력이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지진을 경험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주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튀르키예 현지 TV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잠옷 차림으로 눈을 맞으며 부서진 집을 멍하니 보는 장면이 나왔다고 전했다.
시리아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압델 하미드 씨는 자다가 강한 진동에 깨서 가족과 함께 뛰쳐나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건물 현관문에 다다르기 전에 건물이 무너져내렸지만 운 좋게 목숨을 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웃들은 모두 세상을 떴다.
건물이 튼튼하지 못한 점도 대규모 인명 피해의 배경이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카르멘 솔라나 화산학과 부교수는 "터키 남부와 시리아의 내진 인프라는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0년 이상 주요 지진이나 경고 신호가 없었기에 대비가 잘 돼 있지 않았다고 BBC는 분석했다.
시리아의 오랜 내전도 지진 피해를 키운 한 배경으로 보인다.
수년간 전투로 인해 건물들이 이미 구조적으로 손상된 상태로 약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시리아에선 이전에도 안전 관련 관리 감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어진 새 건물이 종종 무너지곤 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은 생존자 구출과 피해 복구 지원에도 장애 요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구호단체들은 시리아 정부에 현재 한 곳뿐인 진입로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반군이 장악한 북부 지역은 아예 접근조차 하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그나마 운영되던 시리아 병원들이 지진으로 피해를 보면서 부상자 치료 등에 애로가 우려된다.
시리아 미국 의료 협회(SAMS)는 산하 병원 네 곳이 부서져서 대피해야 했으며, 다른 병원에는 환자들이 밀려와서 복도까지 가득 찬 상태라고 말했다.
날씨도 우호적이지 않다.
튀르키예 첫 지진 진앙 주변에선 한낮 최고 기온이 3∼4℃로 내려가고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눈도 3∼5㎝ 쌓일 것으로 예고돼있다. 산악지대는 기상 상황이 훨씬 더 험할 것으로 예보됐다.
merciel@yna.co.kr,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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