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이번엔 '국가부도' 스리랑카에 러브콜 경쟁
앞다퉈 채무 재조정 지원 등 약속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경 문제로 갈등 중인 중국과 인도가 이번엔 스리랑카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인도양의 요충지에 자리 잡은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지난해 '국가부도'가 발생하자 채무 지원 등을 무기로 경제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최대 채권국 중국이 최근 스리랑카 정부의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수출입은행 측과 화상 회담을 했고, 지난 19일에는 천저우 중국공산당 국제부 부부장이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셰한 세마싱게 스리랑카 재무 담당 국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측의 요구 사항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작년 9월 IMF와 29억 달러(약 3조5천9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했지만, 아직 IMF 이사회의 지급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IMF는 구제금융 지원 승인에 앞서 세금 인상, 보조금 축소, 채권국과의 채무 재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현재 대외 채무는 약 500억 달러(약 61조9천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100억달러(약 12조4천억원)는 중국, 인도, 일본에서 빌려왔다.
중국에 앞서 인도는 이미 IMF에 스리랑카에 대한 채무 재조정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지난 20일 스리랑카를 방문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채무에 시달리는 이웃나라 스리랑카를 위해 투자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지난해 스리랑카가 심각한 경제난에 빠지자 1∼7월에만 약 40억달러(약 4조9천500억원)에 달하는 자금과 식량 등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도는 자국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스리랑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3월 중국을 밀어내고 스리랑카 북부 전략 거점에 풍력발전 단지 건설을 시작하기도 했다.
애초 중국이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자금을 동원해 이 단지를 구축하려 했는데 인도가 자체 자금을 조달, 대신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도 지난 몇 년간 인도 주변 남아시아 항구를 잇달아 개발, 인도의 신경을 자극해왔다.
특히 2017년에는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가 99년 기한으로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의 항만 운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와중에 중국과 인도는 2020년 '국경 몽둥이 충돌'로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다.
두 나라는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선박 '위안왕5'호의 함반토타항 입항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중국 측은 위안왕5호가 측량선일 뿐이며 함반토타항에서 연료 등 필요 물품을 보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이 '스파이선'인 위안왕5호의 정박을 통해 함반토타항을 사실상 군사 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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