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여론조사 아닌 빅데이터 활용 보도기준 '고심'
"따로 기준 없어 제재 무리" vs. "여론 호도 않게 자체 기준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여론조사와 달리 조사방법과 한계 등 정보 고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는 빅데이터 관련 보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3일 정기회의에서 진행자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언급하면서 조사 방법 등을 소개하지 않은 MBC AM '김종배의 시선집중', KBS 1AM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 심의한 후 두 건 모두에 대해 '권고'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시 방송평가에 감점 사항이 된다.
정민영 위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땐 여러 가지 정보를 함께 고지하게 돼있지만 빅데이터 관련해서는 그런 내용이 있지 않다"며 "그래서 이걸 심의 규정에 적용해 제재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 역시 "빅데이터는 논문에서도 적용되는 기법의 하나라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도할 때 의무 공표 조항이 미비하다"고 공감했다.
다만 김우석 위원은 "여론조사가 여론을 오도하고 호도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규정을 두는 것처럼 빅데이터도 여론을 착각하게 할 여지가 있으므로 조항이 없다고 규제를 하지 않기보다는 여론조사 기준에 기대 일정 정도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도 "빅데이터가 여론조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어 자체 규정을 마련하거나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교육부의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 조정 추진과 관련한 논란을 다룬 여러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이 여론조사 필수 고지 항목 중 조사기관이나 전체 질문지 등 확인처 일부를 밝히지 않은 부분은 문제가 됐다.
위원들은 이에 대해서는 전원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이밖에 의료정보 프로그램에서 수시로 화면 하단에 출연의가 소속된 병원으로 간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노출한 서울경제TV 등에 대해서는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으며 과징금도 최고 수준으로 부과할 방침을 밝혔다.
방송소위는 간접광고 상품인 '직방'의 단순 노출을 넘어 기능을 구체적으로 보고 특장점을 과도하게 표현해 민원이 제기된 MBC TV '구해줘! 홈즈'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아울러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진행자 신장식 씨가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부 행태를 비판한 언론 사설에 대해 지금은 애도가 필요하다는 문구만 인용하면서 "가장 나쁜 정치의 변명"이라고 한 부분 등에 대한 민원도 심의했다.
김우석 위원은 "진행자가 균형과 형평성을 완전히 잃었다"고 지적했으며 결국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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