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지방선거 참패로 타격…차기 대만 대선 주목
모처럼 승리한 野국민당, 대중정책 차별화 여부도 관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불사하며 강력한 당정 장악력을 보여온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6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내상'을 입었다.
집권 민진당이 21개 시장 및 현(縣)장 가운데, 5석을 가져가는 데 그치며 당의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대패를 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의회 선거나 총통 선거와 같은 국정 선거가 아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발 안보 위협과 자유 민주주의 수호 등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를 자신의 '친미반중' 행보와 스스로 연결했다.
선거전 막판 타오위안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전 세계가 중국의 군사훈련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에 진행되는 이번 대만 선거를 보고 있다"며 "투표를 통해 대만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 결심을 보여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심은 백신 부족 사태로 한때 민심 이반을 초래한 여당의 코로나19 대응 성적표 등 내정 이슈에 쏠렸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민진당 참패를 대만 독립 지향성이 강한 차이 총통의 '친미반중' 행보에 대한 대만 유권자의 '심판'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 기조하에서 민진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야당인 국민당과 일반 대만인들에게는 '올리브 가지'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차이 총통의 대미, 대중 기조가 조정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드물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2024년 1월 치러질 차기 대만 총통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린다.
차이 총통이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총통 선거를 앞두고 그의 당내 영향력은 이전보다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연임 후반기에 접어든 차이 총통은 차기 총통 선거에 출마하지 않지만, 총통 선거 때까지 민진당 주석을 유지하면서 대선 후보를 낙점하려는 구상은 어그러졌다. 결국 차기 총통 후보 자리를 둘러싼 당내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한편 차이 총통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22개 시장·현장 중 민진당이 6석을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한 데 책임을 지고 당 주석에서 물러났다가 2020년 총통 재선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당 주석직에 복귀한 바 있다.
반면 이번에 21석의 시장·현장 가운데 13석을 차지한 국민당과, 차기 국민당 대선 후보를 꿈꾸는 주리룬 국민당 주석의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적으로 대중국 관계 면에서 민진당에 비해 유화적이었던 국민당이 양안(중국과 대만) 정책에서 민진당 정권과 차별화를 모색하게 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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