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돼도 계약 안 한다…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1년새 거의 3배↑
올해 1∼11월 수도권 7천363가구…서울은 작년 동기 대비 4.2배 증가
서울 무순위 청약 경쟁률 5분의 1 수준으로 '뚝'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로 청약 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올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하지 않은 물량이 작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이하 11월은 10일까지·청약접수일 기준) 사이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7천36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천698가구)과 비교해 2.7배 증가했다.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번 이상 무순위 청약을 받은 단지의 가구 수를 중복으로 집계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청약 완료 후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된 물량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뽑아 이른바 '줍줍'으로 불린다.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미계약분은 애초 공급 시점의 분양가로 다시 공급되기 때문에 집값 상승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로또청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쟁률이 급락하는 등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1∼11월 수도권 아파트 미계약 물량 경쟁률은 118.7대 1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경쟁률은 44.9대 1로 급락했다.
'청약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서울 청약 당첨자 미계약 물량은 371가구에서 1천573가구로 4배 이상 늘었고, 경쟁률은 734.0대 1에서 143.7대 1로 떨어져 5분의 1 수준이 됐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5차 무순위 청약 공고를 냈고,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도 14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경기는 1천885가구에서 4천136가구로 미계약 물량이 증가했고, 경쟁률은 21.7대 1에서 19.3대 1로 하락했다. 인천도 442가구에서 1천654가구로 4배 가까이 미계약 물량이 늘고 경쟁률은 16.3대 1에서 15.0대 1로 소폭 떨어졌다.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도 지난달 청약 당시 522가구 모집에 2천900명이 몰려 평균 5.6대 1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분 508가구가 나왔다. 무순위 청약에도 6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9천125가구에서 1만4천60가구로 늘고,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44.8대 1에서 28.8대 1로 하락했다.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에서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최장 10년까지 재당첨이 제한되지만,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집값 하락기 청약 시장에서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순위 청약자의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서 선호 물량 쏠림 현상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잔여 1가구 무순위 일반공급 청약에는 총 3만1천780명이 몰렸다. 이 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최소 4억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수도권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2배 이상 하락한 것은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시장이 냉랭해지면서 무순위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라며 "오는 14일부터 무순위 청약 해당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서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많은 수요자가 몰리는 단지가 생기고 'n차' 무순위 물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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