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자본조달·구조조정 계획에도 주가 19%↓
3분기 실적 예상치 밑돌아…4분기 전망도 어두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27일(현지시간) 5조7천억원 규모의 자본조달 계획을 발표했지만,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본조달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이 날 이 은행 주가가 스위스 증시에서 18.6% 떨어져 이 은행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위기설'에 시달린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자본 조달과 구조조정 등 조직 개편 계획을 내놨다.
이 은행은 사우디국립은행(SNB) 등 투자자들로부터 40억 스위스프랑(약 5조7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위기 타개에 나서기로 했다. SNB는 크레디트스위스에 15억 스위스프랑(약 2조1천500억원)을 투자해 9.9%의 지분을 인수한다.
국내에서는 은행·자산운용, 해외에서는 자산관리 부문에 주력하고 IB 업무는 축소·분리한다. 신흥국 시장과 주식 트레이딩 부문 업무도 일부 접는다.
IB 부문은 크레디트스위스가 1990년 인수한 미국 IB '퍼스트 보스턴' 브랜드를 되살려 'CS 퍼스트 보스턴' 브랜드로 분리, 인수·합병(M&A)과 투자자문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CS 퍼스트 보스턴은 씨티그룹 출신의 마이클 클라인이 대표를 맡는다.
증권화상품 그룹 사업 대부분은 미국 펀드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에 매각한다.
인력 감축도 단행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2천700명을 감원하고 2025년 말까지는 약 9천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기본 자본 비율은 13% 이상으로 유지한다.
이날 계획과 함께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3분기 예상 손실 규모(4억1천300만 스위스프랑)보다 훨씬 큰 40억3천만 스위스프랑(약 5조7천6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3분기 실적까지 예상치를 밑돌자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에 헐값에 지분을 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외신은 전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불완전한 계획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느낌"이며 목표치도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위기설에 휩싸였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위기설 타개를 위해 여러 계획을 내놓았으나 4분기 실적도 손실이 예상되는 등 크레디트스위스의 장래가 밝지만은 않다.
울리히 쾨르너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 비용 등 때문에 4분기에도 또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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