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실적전망, 14년만에 최대 하향…"인텔 수천명 감원"
PC 등 경기악화에 미중 반도체 갈등까지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세계 반도체 산업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수천 명 규모의 감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반도체 산업의 타격이 뚜렷해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최근 석 달 사이에 16% 하향 조정됐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2년 만의 저점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42% 급락, 14년 만에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인텔·엔비디아·AMD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등 세계적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고점 기준으로 이날 현재까지 시가총액 5천440억달러(약 780조원)가 사라졌다.
반도체 산업 경기가 불과 1년도 안 돼 호황에서 불황으로 추락하면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장비업체 할 것 없이 반도체 산업의 모든 기업이 '폭풍'을 맞이할 대비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에 세계 PC 세계 출하량은 작년 동기보다 19.5% 줄었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감소이며 가트너가 20여년 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따라서 과도한 재고를 안고 있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AMD 등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라 실적 예상치를 낮추는 등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경기 하락에 더해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도 반도체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일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엔비디아와 TSMC 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 KLA가 12일부터 SK하이닉스[000660] 등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에 납품을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관련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비용 절감과 PC 시장의 침체 등을 이유로 이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실적발표를 즈음해 수천 명 감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들이 블룸버그에 전했다.
판매와 마케팅을 포함해 일부 사업 부문에서는 전체 직원의 20% 정도를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현재 이 회사의 직원 수는 11만3천700명이다.
인텔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실적 개선을 위해 핵심 비용을 낮추고 있으며 하반기에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초부터 채용도 동결해 왔다.
인텔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블룸버그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인텔은 2016년에 전체 직원의 11%에 해당하는 1만2천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소규모 감원과 함께 휴대전화 모뎀·드론 사업에서의 철수 등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한편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은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기업용 소프트웨어기업 오라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등은 이미 감원을 진행 중이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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