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얽힘' 증명 노벨물리학상 3인…"과학계 국가주의 경계해야"(종합)
노벨위원회, 3개국 석학 3인 수십년 걸친 연구로 '양자정보과학 초석' 평가
클라우저 "아직 살아있어 기쁘다"…차일링거는 연구 도운 '젊은 학자'에 공 돌려
(제네바·샌프란시스코·브뤼셀=연합뉴스) 안희 김태종 정빛나 특파원 = 수십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양자정보과학'의 초석을 놓은 3개국 출신 학자 3인에게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됐다.
공동수상자 중 한 명인 프랑스의 알랭 아스페(75)는 4일(현지시간) 수상자 발표뒤 노벨재단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화 인터뷰에서 "여러 국가에 내셔널리즘이 드리우고 있는 시기에 과학자들이 국제사회가 (중심을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수상이 서로 출신 국가가 다른 물리학자들이 동일한 분야를 두고 오랜 기간 후속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과학계는 물론 복잡한 글로벌 정세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스페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더 뛰어난 물리학자들이 많은데 정말 깜짝 놀랐다"며 "쇄도하는 축하 전화로부터 '살아남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농담 섞인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양자역학에서 '벨 부등식 위배'라고 불리는 중요한 결과를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또 다른 공동수상자 미국의 존 F. 클라우저(80)는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969년에 이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여전히 살아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두 명의 공동수상자보다 나이가 더 많은 클라우저는 자신의 초기 작업이 훨씬 더 큰 실험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봐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 공동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77)는 수상 발표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상은 수년간 나와 함께 일한 1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미래의 석학'인 젊은 연구자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로빈 글로서 빈대학 물리학부 학장은 차일링거의 수상에 대해 "1999년부터 차일링거는 연구자이자 멘토로서 우리 양자역학 연구진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과학적 호기심과 열정은 모든 교수진에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클라우저와 아스페, 차일링거 등 3명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얽힘이 있는 광자(entangled photons)의 실험을 통해 '벨 부등식 위배'를 확인하고 양자정보과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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