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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 사보타주 러 소행이라면…'다른 가스관도 위험' 위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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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 사보타주 러 소행이라면…'다른 가스관도 위험' 위협용?
인근에 다른 유럽 가스관 지나가…최근 가스시설서 정체불명 드론 신고도
"몇개월 전에 설치한 기뢰가 지금 터진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6∼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의 발트해 해저관 3개에서 일어난 가스누출 사고는 러시아 소행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해저 가스관에서 누출사고 자체가 드문데다 복수의 가스관에서 거의 동시에 사고가 난 것은 누군가의 의도적인 파괴 행위일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가스공급을 줄이는 등 에너지를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해온 전례가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이유를 두고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들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긴 하지만 현재는 모두 공급이 끊긴 상태로 당장 러시아에 실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가 이달 2일 정비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무기한 중단했고, 노르트스트림-2는 준공은 됐지만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사용승인을 하지 않아 가동된 적이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가스누출이 러시아 소행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러시아가 굳이 지금 가스관을 파괴한 것은 겨울을 앞두고 인근의 다른 유럽 가스관에 위협을 주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7일은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새 가스관 '발틱 파이프'가 개통한 날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발틱 파이프가 노르트스트림-2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가스관은 노르웨이에서 덴마크와 발트해를 거쳐 폴란드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것으로, 폴란드가 가스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추진했다.
이는 그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이 이젠 대체 공급처를 찾고 난방 부담이 있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스비축량을 늘리려는 행보와 맞닿아있다.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를 대체해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자로 올라섰다.
이번 가스누출 사건이 러시아가 계획한 게 맞는다면 자신들이 코너에 몰렸을 때 비단 노르트스트림뿐 아니라 발틱 파이프에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6일에는 노르웨이 연안 에너지 시설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난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현지 석유안전청(PSA)이 관련 기업에 경계 강화를 당부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가 이번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두고도 여러 관측이 나온다.
그중에는 러시아가 해저 임무에 특화된 잠수함을 동원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있다.
그간 러시아는 북대서양 해저케이블 주변에서 활동하며 해저 기간시설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이 잘못될 경우 초래될 외교적 후과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런 일에 잠수함 부대를 동원할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자율무인잠수정(AUV)이나 폭발물을 장착한 수중 드론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
이 경우 드론 등이 잠수함 같은 곳에서 발사돼야 하는데, 발트해는 수심이 비교적 얕고 교통 밀도도 높다 보니 실제 활동이 이뤄졌다면 이미 발각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제외하면 러시아가 예전에 바다에 설치해 사전 프로그래밍한 기뢰가 이때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어쩌면 수개월 전 전세계가 다른 곳에 관심이 쏠려있을 때 러시아 잠수함이나 어선, 올리가르히 요트 등이 가스관의 지점 3곳 가까이에 물체를 투하하고 떠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군 소식통을 인용해 위장된 상선으로부터 은밀히 매설된 기뢰가 수일 또는 수주 뒤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번 일을 했지만 사실은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서방은 이번 일로 파손된 가스관은 러시아의 자산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노르트스트림-1의 지분 51%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갖고 있고 노르트스트림-2도 가스프롬의 스위스 소재 자회사가 보유 중이다.
애초에 러시아 자산이기에 이번 일이 러시아의 무력 도발로 드러난다고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서방의 군사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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