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친미 강화?…몰디브, 미국과 상호 대사관 설치 추진
연말께 가동 기대…외교장관 "양국 관계 이처럼 강한 적 없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친미국·친인도 성향으로 알려진 몰디브 정부가 미국과 상호 대사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압둘라 샤히드 몰디브 외교부 장관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몰디브와 미국의 관계가 이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샤히드 장관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이 몰디브에 처음으로 대사관을 열 것으로 희망한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몰디브와 1966년 수교했으며 관련 외교 업무는 스리랑카 주재 미국대사관이 맡고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부 장관은 2020년 10월 몰디브 방문 때 "몰디브의 역할이 인도·태평양과 국제 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진다"며 몰디브에 미국 대사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관련 신설 작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샤히드 장관은 이와 함께 워싱턴DC에서 대사관 수용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미국 주재 대사관을 재가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몰디브는 1965년 독립 이후 주미 대사관을 운영했지만 폐쇄와 재운영을 거친 후 2008년 문을 닫은 상태다.
1천2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와 전통적으로 친밀한 관계였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영향력 확대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2013년 집권한 압둘라 야민 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친중국 정책을 폈다.
야민 전 대통령은 중국의 돈을 빌려 공항에서 수도 말레까지 2.1㎞ 길이의 교량도 건설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어진 이 다리는 '중국·몰디브 우정의 다리'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후 2018년 11월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솔리 대통령은 야민 전 대통령과 달리 친인도·친미국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솔리 정부 출범 직후 모하메드 나시드 국회의장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부분의 공사 비용이 크게 부풀려졌다면서 중국에서 빌린 명목상 부채는 31억달러(약 4조3천억원)지만 실제 받은 액수는 11억달러(약 1조5천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은 2020년 몰디브와 군사 협약을 맺고 관계 강화에 나섰고, 인도도 솔리 정부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했다.
인도는 코로나19 사태로 몰디브의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자 2020년 8월과 9월 각각 5억달러(약 6천900억원)와 2억5천만달러(약 3천500억원)를 긴급 지원했다.
지난달에도 몰디브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1억달러(약 1천390억원) 규모의 신용 대출 한도(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한 개념)를 신규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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