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북한 30년 걸친 수교교섭 실패…아베 '납치 3원칙' 탓"
일본 한반도 문제 석학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지적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6일 지난 30년간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수교 교섭을 실패로 규정하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납치 3원칙'이 북일 수교를 막는 걸림돌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반도 문제 석학인 와다 교수는 이날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일조국교교섭20년검증회의(日朝國交交涉20年檢證會議) 주최로 열린 북한과 일본 수교 교섭사 보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와다 교수는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일조(북일)평양선언을 발표하면서 국교 수립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교섭이 결렬됐다"며 "일본 정부는 총 30년간에 걸쳐 북한과 국교 교섭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교 수립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와다 교수는 수교 교섭의 걸림돌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방침인 아베 전 총리의 '납치 3원칙'을 들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당시 납치 문제가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지적하면서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 국교 정상화도 없고, 납치 피해자 전원이 생존해 있으며 즉시 모두 돌려보내라는 '3원칙'을 내세웠다.
이 원칙이 현재 내각까지 이어지면서 수교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그중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납치 문제 대립으로 과거 청산 및 북일 수교 등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북일평양선언이 발표된 지 오는 17일로 20년을 맞지만, 양국 관계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와다 교수는 "'아베 3원칙'은 북한의 현 체제와 교섭을 단념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해 붕괴시키려는 원칙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일본의 정치 외교에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 3원칙'에서 벗어나 북한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아베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총리도 납치 문제에 관해 아베 전 총리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면서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國葬)이 끝나면 '블루 리본'을 떼고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머리로 북한과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 의지를 담은 상징인 '블루 리본' 배지를 항상 양복에 달고 다녔으며 스가 전 총리와 기시다 총리도 달고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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