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서방제재 피해 스위스 떠나 인도행
우크라 침공 뒤 제재불참 인도와 루블거래 30배 증가
내년 뭄바이 새 지점…취리히 자회사는 현지기업 매각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시아 제재의 주요 표적이 된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가 스위스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인도에서의 영업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포포프 스베르방크 부회장은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한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2023년 인도 경제도시 뭄바이에 신규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포프 부회장은 "러시아와 인도 간 협력이 확대되고 수출업계를 비롯한 고객의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에 또 다른 지점을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3∼7월 러시아 루블의 한 달 평균 인도 거래액은 이전보다 30배 이상 늘었다"며 "지점 개설에 필요한 허가를 얻기 위한 요청서를 보냈고, 인도 정부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베르방크는 2010년 인도 수도 뉴델리에 지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스베르방크와 스위스 금융 당국은 2일 이 은행의 취리히 소재 스위스 자회사가 현지 기업인 m3 그룹에 매각된다고 밝혔다.
스베르방크는 새로운 은행의 명칭이 '트레이드엑스 뱅크 AG'이며, 상품 교역 금융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3 그룹은 인수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직원 65명은 그대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스베르방크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며 "매각 작업은 제재에 책임 있는 당국의 동의하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스베르방크의 이 같은 결정은 중립국이었던 스위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추진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스위스 내 입지가 대폭 좁아진 결과라고 AP,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스위스는 유럽연합(EU) 결의에 따라 지난달 4일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와 스베르방크 자산 동결을 골자로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스베르방크 스위스 지점은 직접적인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법인이었으나, 제재 대상 개인이나 단체에 돈을 지급하는 것이 차단되고 일부 전직 임원의 자금 거래가 제한되는 조처가 내려지면서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스베르방크는 지난달 카자흐스탄 시장에서도 지분 매각과 철수를 결정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3월 초순 오스트리아 빈에 본거지를 둔 스베르방크 유럽 지사를 폐쇄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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