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시아군 포옹 벽화에 호주 시끌…"전쟁 현실 왜곡"
제작자 '평화의 메시지' 주장하다 비판 일자 벽화 철거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한 호주 예술가가 멜버른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병사가 포옹하는 모습이 담긴 벽화를 그려 전쟁의 실상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스트리트 아티스트 피터 시턴은 멜버른 교외 킹스웨이 지역에 그린 벽화 '조각나기 전의 평화'를 최근 공개했다.
현지 우크라이나계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은 모습을 그린 이 벽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화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멜버른의 우크라이나 교민 지도자 중 한 명인 리아나 슬리펫스키는 "이 벽화는 러시아 선전물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바실 미로시니첸코 호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모든 우크라이나인에게 완전히 모욕적인 그림"이라면서 즉각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의 일부였다고 주장한다.
그런 상황에서 양국의 '형제애'를 강조한 걸로 해석될 수 있는 벽화의 이미지는 제작 의도와 무관하게 러시아에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계 주민들의 주장이다.
호주 시드니대에서 디지털 문화 강의를 하는 사회학자 올가 보이차크는 "이 그림은 마치 쌍방이 무기를 내려놓으면 평화가 올 것처럼 암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가 투쟁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에서 그려지는 벽화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법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시턴은 러시아 침공을 비호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자신의 벽화는 '평화의 메시지'이고 무력 충돌의 무익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시턴은 이후 문제의 벽화를 철거했다.
다만, 해당 벽화의 대체불가토큰(NFT) 판매는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턴은 NFT 판매 수익을 반전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