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규제 손질 예고한 공정위…송옥렬 취임 땐 속도 낼 듯
공정위원장 후보자, '대기업 지배구조' 전공한 상법 전문가
"악마는 디테일에…내부거래 심사지침 등 디테일 충분히 개선"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취임하면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안전지대'(심사 면제 대상)를 마련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이미 관련 연구용역을 시작한 데다 상법 권위자로서 오랜 기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연구해온 송 후보자도 내부거래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지원행위의 안전지대를 규정하고 사익 편취 규제 적용 제외 대상을 구체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사익편취·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새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2월부터 관련 심사지침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해왔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계열사 등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로 같은 대기업 집단 계열사 사이에 이뤄져 '부당내부거래'라고 불린다.
정부는 독립·중소기업의 신규 진입과 성장을 막는 부당 내부거래, 총수 일가의 지배력 승계를 위한 사익 편취 등을 엄격히 제재하되,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자신의 행위가 제재 대상 내부거래인지 검토할 수 있도록 심사지침에 안전지대를 규정하고 있는데, 지원금액이 기준이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지원금액은 공정위가 한참 조사를 한 후에 상정되기 때문에 사전에 알기가 어렵다.
이에 부당 내부거래 안전지대를 거래 총액 등 객관적 기준으로 설정하고 사익편취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적용되는 효율성·부당성 판단 요건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일 공정위원장에 지명된 송 후보자도 내부거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 후보자는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부거래의 디테일한(세부적인) 심사지침이나 규정이 많은데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은 이것저것 봐가면서 충분히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업집단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 근거의 검토' 등 기업 내부거래와 관련한 논문을 여러 차례 썼다.
지난해 발표한 논문 '기업집단에서 회사 기회 유용의 판단 기준'에서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상법 제397조2(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와 연계해 공정거래법 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상법이 이사와 회사의 이해 상충에 주목하는 반면, 공정거래법은 경제력 집중의 방지라는 관점에서 이익의 '부당성'을 요구한다"며 "무엇이 '부당성'의 내용인지는 아직도 첨예한 논쟁이 이뤄지는 쟁점이지만, 최소한 상법상의 회사 기회 유용에 더해 무엇인가 추가적인 요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상법 제397조2 조항에 대해서는 "주로 일감 몰아주기에 이용되는 총수의 사업 기회 취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지만, 사업의 지배에 이르지 않는 지분 취득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총수의 투자를 제약할 위험성도 없지 않다"며 총수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와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를 구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에 취임하면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대기업 관련 규제 개선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간담회에서 "저는 주로 대기업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를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며 "저를 임명해주신 대통령의 뜻은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큰 게 대기업 문제라는 인식이 있으셨던 걸로 예상한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현행 공정거래 관련 규제 가운데 설득력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규제에 대해서는 '너무 확대된' 동일인(총수)의 친족 범위 현실화와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를 꼽았다.
송 후보자는 공정거래법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기업 관련 규제에 있어서는 권위자로 통한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SK가 특수관계인인 최태원 회장에게 부당하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혐의로 SK와 최 회장을 제재했는데 당시 SK실트론 주식 취득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 기회가 아닌 사업 기회라는 점을 입증하면서 송 후보자의 책 '상법강의'를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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