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 3% 수준…온실가스 배출 17%↑
작년 삼성전자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율 16%…중국·미국·유럽은 100%
반도체 라인 확대에 온실가스 배출 ↑…삼성전자, 연내 RE100 가입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지만, 핵심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저조한 탓에 전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0% 중반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신규 반도체 라인 가동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
글로벌 연기금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국제 약속인 'RE100' 동참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삼성전자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 3% 수준…온실가스 배출 17%↑
3일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 각 사업장에서 사용한 재생에너지는 전년보다 31.0% 증가한 5천278GWh(기가와트시)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사용한 총 에너지는 3만2천322GWh 규모로,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6.3%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9년 3천220GWh, 2020년 4천30GWh, 지난해 5천278GWh 등으로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었고, 재생에너지 전환율 역시 2019년 12.0%, 2020년 13.9%, 지난해 16.3%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0년부로 미국과 유럽, 중국 사업장에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주요 사업장이 있는 중남미, 서남아 지역에서도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브라질 94%, 멕시코 71%, 인도 23% 수준이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해외 사업장과 달리 삼성전자의 국내 재생에너지 도입은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지역과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작년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 미만으로 추정된다.
한국전력공사에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로 490GWh를 구매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온양 등 국내 주요 사업장에서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과 지열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발전량은 10GWh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력구매계약(PPA),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 다른 RE100 이행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 프리미엄 구매전력과 재생에너지 자가 발전을 합친 삼성전자의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약 500GWh로, 지난해 국내 삼성전자 전력사용량(1만8천410GWh)의 2.7%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한 에너지 중 국내 비중은 57%에 달한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생산기지가 국내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한 자릿수 수준이다 보니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전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0% 중반에 머무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전년보다 17.5% 늘어난 1천740만t(톤)을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신규 라인 건설과 본격 가동 등 생산활동이 늘면서 전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더 많아진 것이다.
◇ 재생에너지·탄소중립 압박 거세…삼성, 연내 RE100 선언 검토
최근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전자를 향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RE100 가입을 촉구하는 압박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유럽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 탄소 배출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2020년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8.7%로 애플(0.3%) 등 같은 업계 기업보다 높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탄소감축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가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지난 3월 투자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보고서에서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녹색 전략에 대한 정보에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 이사회가 기후 이슈에 긴박감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국민연금, 삼성생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5.03%(작년 말 기준)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외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다소 뒤처진 편이다.
올해 초 지속가능성 평가 기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가 발간한 'RE100 2021'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RE100 가입 기업 315곳은 연간 전력 소비량의 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 경쟁사인 미국 애플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완료했고, 반도체 사업 경쟁사인 미국 인텔은 81% 수준의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작년 기준 16%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재생에너지 도입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과 제도 미비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CDP 연례 보고서는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이 현재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재생에너지 조달이 까다로운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저조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RE100 가입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기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보이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굉장히 낮은 편이고, 이는 단순히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기업 경영상의 위험이 되고 있다"며 "삼성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연내 RE100 가입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RE100 참여는 국내외 다른 기업보다 늦은 편이다. 반도체 라이벌 SK하이닉스[000660]는 이미 RE100에 동참했고 애플, TSMC, 인텔 등도 RE100에 가입했다. 현재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374개에 이른다.
지난 5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RE100 참여 시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해서 큰 선언을 하게 될 것 같다. 좀 기다려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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