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틀렸나…" 푸틴 노린 제재에 서방 경제가 발목
우크라 전쟁 넉달…NYT, 대러 경제 제재 후폭풍 조명
서방엔 고유가·인플레 강타했는데 러 경제 타격은 '미미' 진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넉달을 넘어가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가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 양상으로 접어든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국제 금융결제망 퇴출 등 초강력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일단은 버티기에 성공한 모양새인 반면, 서방 국가들은 최악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 위험이라는 후폭풍에 직면하면서다.
NYT는 "어느 편에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러시아 경제는 첨단 기술 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등 서방이 주도하는 제재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해 이번 전쟁의 원흉이란 비판을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시 상황의 특수성을 이용해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제 유가 급등을 틈타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나, 한때 추락했던 루블화 가치가 7년 내 최고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돈줄을 끊겠다는 서방 전략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도 좋지 않다.
졸전을 거듭하다 북부 전선에서 패퇴한 러시아군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에서 병력을 재편성하고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고 있다.
화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에서는 현재 하루 200명에 이르는 전사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전황이 러시아군에 유리한 현 상황에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이 러시아 경제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엘리나 리바코바는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금융체계는 몇 주간 심한 예금 인출을 겪은 뒤 평소처럼 영업이 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자금줄을 몇 주만 끊어도 전쟁이 끝날 거란 생각은 순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이고,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로를 폭격하는 등 세계 에너지·식량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서방 지도자들의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서 대러시아 전선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헝가리의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의 단계적 금수 등 내용이 담긴 6차 제재안의 승인이 수 주간 지연됐다. 독일 등지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유화책이 고려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겪는 경제적 충격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가 화폐가치를 떠받치기 위한 임시 조처들로 당장은 경제 붕괴를 막았지만, 서방 제재와 무역 제한이 전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런 전술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어느 시점에서 기다리기 전술(waiting game)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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