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학자 "中, 대만 침공시 대만해협 봉쇄 의도"(종합)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중국 당국의 대만해협과 관련한 주권 발언 등에 대해 대만 학자들은 대만과의 통일을 위한 무력 침공을 합리화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배제하려는 시도로 풀이했다.
15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중화 아·태 엘리트교류협회(APEIA)의 왕즈성 비서장은 전날 중국 당국이 지난 5월 '대만해협 중간선'을 부인한 데 이어 최근 대만해협이 '국제수역'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왕 비서장은 중국이 대만을 '내정'(內政), 대만해협을 '내해'(內海)라고 서술하는 것은 군사적 측면에선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대만 해협을 봉쇄하고 군사행동에 나서 대만을 도우려는 각국의 시도를 저지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외교적 측면에선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가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대만 해협 문제를 국제화하는 것에 대한 반격이라고 덧붙였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중화민국(대만)은 주권국가로서 중국의 일방적인 대만 및 대만 해협 관련 주장은 국제법과 대만 해협의 현상을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만 해협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길이가 약 400㎞, 폭 150∼200㎞의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이 해협을 '앞바다'처럼 여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이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양안(중국과 대만) 간 직항이 금지됐다가 대만 정부의 '소3통'(小三通) 정책에 따라 2001년 중국 여객선, 2002년 중국 화물선이 대만의 외곽도서인 진먼섬에 사상 처음 도착했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한 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으로, 양국은 한동안 이 선을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겼다.
다만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상호방위 조약은 효력을 상실했고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 해협의 중간선 좌표(북위 27도 동경 122도, 북위 23도 동경 118도)는 리제 국방부장(장관)이 재임 시절인 2004년 5월 입법원(국회) 보고 당시 공개적으로 밝힌 후 15년 만인 2019년 7월 말 천궈화 대만 국방부 정보차장(중장)이 재차 밝혔다.
그러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20년 9월 "대만은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며 "소위 대만해협의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게다가 중국의 민간업체가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어 대만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모래를 불법 채취하고 있어 안보상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모래 채취로 주변 수심이 깊어지면 중국군 잠수함의 기동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 내정부는 지난해 1월 중국의 불법 모래 채취선 등의 강력 처벌을 위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 1억 대만달러(약 43억원) 부과 및 선박 몰수가 가능한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법률' 수정안을 공포했다.
한편 훙징푸 대만 성공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올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군대의 비(非)전쟁 군사행동 요강'을 발표한 것이 대내적으로 시 주석의 군권 장악에 따른 지위 공고화, 대외적으로 대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선포의 의미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특별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정후이 대만안보협회 부비서장은 중국이 비전쟁 군사행동 요강을 통해 국제법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전쟁 군사행동이 바로 '전쟁 전 단계의 준비' 또는 '평상시에서 전시'로 변하는 중간 단계로 중국이 이를 통해 예상치 못한 기습 공격을 할 수 있다면서 대만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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