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물가 상방 위험 더 크다"
"금리 0.25%p 오르면 가계 3조원·기업 2.7조원 부담 늘어"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정책 대응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7%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요인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하면서도,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중립 금리 수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 실질 이자율 수준이 중립 금리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다. 중립 금리 수준으로 현재 금리 수준이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금리 인상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기타 경제 여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중립 금리 이상으로 인상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금통위원들은 중립 금리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
--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했다. 7월, 8월 연속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인가.
▲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제 의도와 부합한다. 금리 운용 시기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6월 초에 통계청에서 5월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는데, 저희 예상으로는 5%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7월에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자료가 발표된다. 지금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은 확실하지만, 7∼8월 금리 운용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나.
▲ 빅스텝을 언급했던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 운용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 의미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특정한 시점에 빅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5월 들어 '수출 둔화'가 처음 언급됐다.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물가 상황과 대비해 어느 정도로 높은가.
▲ 5월 수출 둔화 요인은 미국이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성장 둔화 추세가 명확해지고 중국은 봉쇄가 지속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성장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수출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낮아졌다. 해외 요인을 보면 하방 위험이 증가한 것은 틀림없다. 반면 국내 요인을 보면 추경이 국내 경제 성장률 높이는 효과가 있고,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의 투자 계획 발표가 이어지는 등 상방 요인이 있다. 우리나라도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올해 성장률은 2.7%, 내년 성장률은 2.4%일 것으로 본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
--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는 시기는.
▲ 한은의 기본 가정은 유가가 연말 들어 점차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공급망 교란 요인이 정상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하에 물가를 예측해보면 앞으로 수개월은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나올 것으로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보면 물가의 정점이 (올해) 상반기가 아닌, 중반기 이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국제 곡물 가격 오름세가 유지되면 내년에도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당초 2%에서 2.25∼2.5% 수준으로 상향됐는데, 이것이 합리적 수준일까.
▲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오른 것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2.7%라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
-- 최근 한미 정상회담 성명서에 '외환시장에 관한 협력' 내용이 담겼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 외환시장과 관련한 협상은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가 주관이 돼 진행된다. 한은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큰 의미를 보면, 외환시장의 안정이 양국 간 교역과 투자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달할지는 기재부 쪽에서 논의하고 있고, 중앙은행은 상시 협의 채널을 통해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 당장 다음 주에 연준의 양적 긴축이 시작되는데, 우리나라 외화자금 건전성은.
▲ 현재 환율 수준이 1,260∼1,270원대로 올랐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주요국 통화가 겪는 공통적 현상이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외국 자본 유출 우려가 있지만, 안심되는 것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26% 정도로 2년 전 대비 많이 낮아졌다. 채권 투자에도 유입이 이뤄지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상황에 있다. 유심히 관찰할 필요는 있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에 이자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이 어려워질 수 있는 영향이 있다. 한은의 예측으로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부담은 3조원, 기업 부담은 2조7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 취약 계층 위험에는 정부의 여러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 금리 인상이 내수나 민간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추가경정예산은 경제 성장을 0.2∼0.3% 올리는 효과가 있고, 물가에는 0.1% (상승)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대 심리까지 포함해 물가에 2년간 0.1%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개월간 5번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에 0.5%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viva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