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군사개입 발언 파장…대만해협 긴장 파고 높아지나
中 '하나의 중국' 유명무실화 시도로 의심…무력시위 수위 높일지 관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유사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임을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 여파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스(예).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만이 무력으로 점령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만 침공은)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연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곧바로 대통령 발언은 대만에 자위 수단을 제공하는 대만관계법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14억 인민의 대립면에 서지 말라"(23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불장난하면 타 죽는다"(23일 주펑롄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는 등 강경한 반응이 나온 데 이어 '하나의 중국' 정책의 유명무실화 시도로 의심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 번이면 실언으로 볼 수 있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유사 발언이 반복되자 정책적 함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생중계된 CNN 타운홀 행사에서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바이든의 대만 군사개입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명무실화하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대만에 대한 최근 미국의 행동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선명성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완전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경향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 공개한 '미국과 대만의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의 기류를 독립 지향적인 대만 민진당 정권은 '기회'로, 중국은 '위기'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은 대만 해협의 긴장 파고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대 중국 억지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하에서 대만이 갖는 군사적 중요성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간 서태평양 제해권 경쟁에서 '불침항모'로 불리는 대만이 갖는 군사적 중요성을 미국은 십분 인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기득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어 보인다.
반대로 중국 일부 학자 사이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수렁에 빠진 러시아처럼 중국도 '대만의 늪'에 빠지도록 만들려는 의도 아래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식의 극단적인 시각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장의 관심은 중국의 향후 대응이다. 최근 미국과 대만의 교류 강화에 빈번한 대만 주변 해·공군 무력시위로 대응해온 중국은 미국이 대만 관련 '레드라인'에 접근했다는 판단하에, 무력 시위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대만 관련 행동에서 중요 고려 사항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방연구원 이영학 연구위원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역내 군사적 영향력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명확해 보이며, 그 맥락에서 미국은 대만을 대 중국 억제의 중요한 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단, 미국은 최대한 대만 카드를 사용하되 실제로 전쟁이 발생하지는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핵심적 요인은 대만의 독립 선언 여부일 것"이라며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결정할 경우 미국의 '직접 군사개입' 변수는 중국 군사행동의 '강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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