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들, 위기 대응 능력 높여라"…수시 점검 강화
'테일리스크' 방지 총력…외환·금리 실시간 감시로 충격 대비
지급여력 비상 걸린 보험사 집중 관리…증자·후순위채 발행 등 권고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오주현 기자 = 최근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수시 점검을 강화한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에 집중했다면 새 정부에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금융사들의 재무 건전성 관리가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락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 적신호가 켜지자 금융 리스크 영향에 대한 수시 점검 주기를 당기고 각종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도 다각화하고 있다.
외환 시장과 금리 변동에 따른 실시간 감시와 각종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금융사들에 손실 흡수 능력에 대한 충당금 보완을 권고하는 등 금융 리스크의 충격 완화 방안을 수정 및 검토하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업권별 점검 회의와 더불어 회사별 자체 점검을 상시로 하되 현재 불안한 금융 상황을 고려해 점검 강도를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발생 확률이 낮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테일 리스크(tail risk)'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리스크를 막기 위해 수시로 점검 주기를 당기며 숫자 모니터링을 다양하게 하면서 환율, 금리 변동에 따른 여러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외환 같은 경우는 일일 심층 모니터링 체제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환 시장 급변동, 금리의 급격한 인상 등에 대해 각종 스트레스 테스트도 하고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테일 리스크가 왔을 때 충격 완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기존 방안을 검토해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새 수장들이 올 때까지 금융당국을 맡게 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첫 일정으로 금융리스크 점검 회의를 하면서 금융사들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충하라고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경우 지난 3월 말 기준 DGB생명보험, 흥국화재[000540], DB생명보험 등 5개사의 RBC 비율이 금감원의 권고 기준인 150%를 하회했다. 특히, DGB생명보험의 RBC 비율은 84.5%로 최악이었다.
금융당국은 DGB생명보험의 지난 4월 RBC가 100%를 넘어 적기 시정 조치의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증자나 채권 발행 등 대손 충당금 적립을 강력히 주문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의 RBC 비율 개선을 위해 LAT(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 잉여금 일부를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방안, 채권평가손실의 일부를 상계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 중에 하나로 올라있다.
은행들에도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대출의 분할 및 조기 상환을 유도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서 최근 연체율이 개선된 것은 '코로나 착시'로 보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에 대해 만기와 원리금 상환을 2년 넘게 미뤄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 분할상환이나 조기상환을 유도하고 분할상환 및 조기 상환을 원하는 고객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대체 투자 관련 자산에 대해서도 투자 손실을 적시에 평가하고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는 당분간 상승한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융사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꼼꼼히 보겠다는 게 김소영 부위원장의 취임 첫 메시지"라면서 "이런 차원에서 금융사들에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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